[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 전기차'가 실용성을 무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1일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인 클린테크니카가 지난 1~7월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는 6만985대가 판매됐다.
기아(000270) EV6는 4만8131대가 판매되며 10만대를 돌파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모델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V60도 같은 플랫폼을 적용했다.
이들 전기차의 형태는 해치백 형태의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다. 해치백은 트렁크와 뒷좌석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진 차량을 뜻한다. 뒤쪽 창문과 트렁크 문을 한꺼번에 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세단의 트렁크 부분을 잘라낸 형태로, 차체 길이는 짧지만 트렁크 입구는 더 넓어 큰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운전석 뒤쪽 공간을 온전히 짐칸으로 사용할 수 도 있다. 때문에 세단과 SUV를 합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치백 모델이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대형차 선호현상 등으로 인해 SUV의 인기가 점점 늘어나면서다. 아울러 경쟁모델 대비 비싼 가격도 한몫했다.
다만 최근 소비자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차박이나 캠핑을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점이 기존 세단과 SUV에 국한된 차종이 아닌 다른 차를 들여와 판매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높아진 점도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차량이 출시되면서 전통적인 세단, 해치백, SUV 등의 경계선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전기차 플랫폼이 있으면, 어느 형태의 차종을 내놓기 쉽기 때문에 차종 다양화를 할 수 있어 해치백을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모델의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파생 모델인 해치백 차량을 내놓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차종을 다양화 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시선은 국내 뿐만아니라 해외에도 염두를 둬야 하기 때문에 해치백 모델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해치백 형태의 전기차는 볼보 C40 리차지, 폴스타2, 볼트EUV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현대 아이오닉5의 대항마로 꼽히는 폭스바겐의 ID.4의 유럽 등 해외 판매량은 이미 입증됐다.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ID.4 판매량은 41만1000대로 전기차 중에서는 테슬라 모델3, 우링 홍광 미니 EV, 테슬라 모델Y에 이어 네 번째로 가장 많이 팔렸다.
국내에서도 ID.4는 흥행 중이다. 지난 9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테슬라 제외) 판매 1위에 올랐고 약 한 달 동안 3500대 넘는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