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업체들의 R&D 역량도 AI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AI를 활용할 경우 스마트폰, 반도체, 클라우드 등 전산업에 걸친 기술 혁신을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8~9일 세계적인 AI 석학과 전문가를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삼성 AI 포럼 2022'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이자리에서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AI 쓰임새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3나노 공정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단순 검사보다 계측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인력 대신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AI 역량 강화에 두팔을 걷었다. 다니엘 리 삼성리서치 글로벌AI센터장 부사장은 AI 포럼 행사에서 "삼성이 AI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수십억명의 사용자에게 다가가 일상생활, 업무환경, 가정환경 및 레저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영국 캠브리지, 러시아 모스크바,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미국 뉴욕에 AI센터를 설립하고 세계적인 전문가와 한국·미국 등의 AI 연구인력이 함께 AI 분야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066570)도 최근 AI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 '알테어(Altair)'와 함께 자동차 부품 성능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추후 AI 플랫폼을 기획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정에 적용할 방침이다. 또 오는 12일 서울 마곡에 로봇부터 자율주행과 챗봇 등을 직접 체험하고 실습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체험형 AI 전문 교육 기관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의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디스커버리랩 서울'에서 학생들이 시각지능을 활용해 사물을 분류하는 로봇의 원리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 (사진=LG)
LG전자 관계자는 "당사만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인 'ThinQ'를 중심으로 기존 제품기술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컨버전스, 로봇 등의 기술을 접목해 집안은 물론 집 밖에서도 공간의 경계 없이(Seamless) 통합적 인공지능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특히 자사는 외부 개발자들을 위해 ThinQ 플랫폼을 오픈하며 생태계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의 인공지능 비전인 진화(Evolve), 접점(Connect), 개방(Open)의 큰 틀 안에서 꾸준히 진화하는 디지털 전환(DX) 및 모든 가전과 기기들이 상호 연결된 플랫폼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 역시 17개사가 참여하는 'SK 테크 서밋'을 지난 8~9일 개최하고 단순히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회사 구조와 사업 전반을 AI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주요 계열사별로 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SK텔레콤에서 분사한 AI 반도체 전문 기업 사피온과 협력해 AI 반도체 'SAPEON'을 개발하고 이를 데이터 센터에 사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미래 성장 동력을 AI 기술로 설정했다. SK텔레콤은 오는 2026년까지 SKT의 기업가치를 40조원 이상으로 키워 대한민국 대표 AI 컴퍼니로 자리매김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향후 AI로 프로세스를 개선한 'AI 이동통신서비스(MNO)'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SK그룹은 AI 사업에 있어 AI와 데이터 분석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큐인사이트플러스(Accuinsight+)'와 비전 AI '에이든(AIDEN)'을 론칭한 이후 이를 기반으로 제조, 금융, 의료, 유통, 교육 등 다양한 산업 군 내 AI 시장을 선점, 확산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확장성은 무궁부진해 결국 모든 사업 저변을 넓히는 핵심 '키'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AI 기술은 IT, 가전, 자율주행차 등 모든 기술 밑바탕에 내재·포함되는 영역으로 진화·발전할 것"이라며 "AI를 선점하는 기업이 그간 기술이 발달해왔던 속도를 기존 대비 10년 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2년 869억달러(약 119조5700억원)에서 2027년 4070억달러(약 559조8000억원)로 연평균 36.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