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사태로 불거진 금융위 책임론

예자선 변호사 "위믹스, 가상자산 거래업자 업무에 해당…신고해야"
특금법 규정 애매모호 지적도…학계 "명확한 규정 확립 시급"

입력 : 2022-11-10 오후 5:12:1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112040)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의 깜깜이 유통 논란과 관련해 규제 역할을 하는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올초 논란이 일었던 위믹스 유동화 논란에 이어 최근 유통량 논란까지 두차례나 구설수에 올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 최근 위메이드에 대해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지만 금융당국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위메이드가 지난달 공개한 '위믹스 3.0' 기반 서비스들이 사실상 특금법의 사업 범위에 해당하는데,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활발히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의 정의는 다양한 사업형태를 모두 포섭할 수 있게 돼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지난해 2월 내놓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란 가상자산 매매·교환 등을 중개·알선하기 위해 플랫폼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특히 가상자산 취급업, 교환업, 거래소 등은 가상자산 거래업자로 분류돼 신고를 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보관·관리 및 이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도 신고 의무가 있다. 
 
다만 매수·매도 제안을 게시할 수 있는 장만을 제공하거나 단순히 가상자산의 거래에 대한 조언이나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는 제외된다. 사업자가 개인 암호키 등을 보관·저장하는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독립적인 통제권을 갖지 않아 매도·매수·교환 등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콜드월렛 등 하드웨어 지갑 서비스 제조자 등도 제외된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금융 전문가로 알려진 예자선 변호사는 "위메이드의 경우 디오스프로토콜, 위믹스파이, 나일 등 위믹스 3.0 기반의 각종 서비스들이 가상자산업 및 거래업자에 해당된다"며, 금융당국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 변호사는 지난 1일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매매 및 거래의 중개·알선) 해당 여부를 검토해달라며 민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위믹스 3.0. (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는 자체 메인넷 위믹스 3.0을 주축으로 블록체인 게임 '위믹스 플레이',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NFT와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을 융합한 나일을 운영하며 위믹스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위믹스 3.0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에 사용되는 위믹스 달러도 발행해 '디오스프로토콜'에 의해 운용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발행, 유통, 자기매매를 모두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게 예 변호사의 주장이다 .
 
통상 특금법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적용되지만 페이코인의 경우처럼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FIU(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코인 사업을 운영하는 페이프로토콜AG에 대해 연말까지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하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AG가 코인의 유통·매매까지 모두 맡고 있는 사업 구조상 자금세탁 우려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 변호사는 "가상자산의 현실은 자본시장법의 증권 규제처럼 발행과 유통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발행만 하는 것과 발행과 유통을 같이 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다른 만큼, 자기가 발행한 코인인지 아닌지와 관계 없이 유통이나 매매를 하면 거래업자로 보는 것이 법 취지에 따른 합리적인 해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금법이 자금세탁방지 목적의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인 까닭에 규제 범위가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라고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제재하기가 어렵고, 그 사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큰 만큼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명확한 제도 확립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시각이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정부에서의 관리 및 규제 방식이 아직까지도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거래소들도 문제되는 코인에 대한 기준 정립이 모호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지 않는 등 총체적인 문제에 놓여있다. 증권시장에선 공시 의무 사항이 분명한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선 분명한 룰이 없어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투자자들의 추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투명한 규정과 명확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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