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노동조합원이 자신의 SNS 게시판에 노조 간부를 '악의 축'이라고 표현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출판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집행부의 공적 활동과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며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형법 20조에 따라 위법성 조각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악의 축' 표현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후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의 핵심 일원이라는 취지로 비유적으로 사용돼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 보기 어렵다"며 "글의 전체 내용은 조합의 비리를 막기 위해 위원장 직선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집회를 연다는 내용이라 전체에서 사건 표현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한 버스회사 노조원인 A씨는 2018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 일정을 알리면서 노조 간부들을 '버스노조 악의 축'이라고 적시해 모욕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A씨는 연차 유급 휴가 수당에 대해 허위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노조지부장에게 폭행당했다. 그런데 A씨는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마치 버스기사 채용 비리를 경찰에 제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폭행당했다는 허위 사실을 말해 명예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모욕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1심을 모두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