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장 선임, 외풍보다 주주 견해 우선

입력 : 2022-11-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자리를 두고 외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는 정부 입김으로부턴 다소 자유로운 모습이다. 주주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세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는 내년 3월이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을 앞당겨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추위 규정상 3월 주주총회 이전까지인 회장 임기 만료 두 달 전까지 지주 회장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일단 조용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리딩금융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회장으로서의 리더십도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다. 채용비리 등 법적 리스크도 마무리 일단락 됐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반대가 없다면 3연임이 우세해 보인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구성원 중에도 재일교포 출신 사외이사가 전체 구성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재일교포 영향력이 강하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올해 6월30일 기준 공식적인 주요 주주는 8.37%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BlackRock Fund Advisors(5.67%), 우리사주조합(5.03%) 등이다. 비공식적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이 약 15% 안팎으로 추산된다. 재일교포 개개인들이 주식을 각자 보유하고 있는 단일 주주 형태이지만, 이들이 중요 사안 때마다 집단화된 주주권을 행사한 전례를 감안하면 사실상 대주주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재일 교포들의 영향력은 사장단 인선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CEO를 비롯한 임원 인사에서 일본 주요 지역의 근무 경력 등이 중요 사항으로 작용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일본 오사카지점,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사장을 역임하며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10여년간 일본 근무를 바탕으로 재일교포 대주주들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역시 그룹 내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임 사장은 11년 간 후쿠오카지점과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한 경력 바탕으로 일본 내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역시 신한은행의 도쿄지점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영진과 재일교포 주주들의 스킨십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신한금융 사장단은 매년 정례 행사 성격으로 재일교포 대주주 원로 모임인 '간친회'와 회동을 가진다. 신한 사장단들은 이자리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전년도 경영실적과 앞으로 전략을 설명한다.
 
과거 신한금융 경영진 내분사태에서도 재일교포 대주주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불거진 신한사태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등 경영진 간 갈등이 격화된 사건이다. 이들은 서로 간의 검찰 고발이 난무한 와중에도 일본을 방문해 주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경우 재일교포 주주들을 주축으로 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며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권이나 정부와의 인맥을 가늠하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일본 현지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되는 등 다른 문화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금융지주들은 우리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김지완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이 임기 만료 5개월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한 자녀 특혜 의혹으로 조기 사퇴했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연임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공신 중 경제관료 출신 중 상당수가 금융지주 회장직에 눈독 들이고 있고, 이들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낙하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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