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검사 동시 실행을 위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드러나면서 국정조사·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자 여론에 적극 기대키로 방향을 모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11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관련해 의견 조율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와 조속한 특검 도입을 재차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온라인으로만 24만8777명의 국정조사·특검 추진 서명을 이끌어내며 장외 여론전을 이어갔다. 지난 11일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25만명에 달하는 서명을 받은 것으로, 120만명 규모의 민주당 당원을 생각할 때 100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남도당이 14일 창원시 성산구 정우상가 앞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국민 서명운동 본부'를 발족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국 단위로 진행 중이다. 12일 서울시당이 범국민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연 데 이어 이날 인천시당·경남도당·광주시당이 나란히 발대식을 열고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15일 대전시당·대구시당·강원도당, 16일 부산시당·울산시당·전북도당·제주도당, 17일 충북도당·충남도당, 17일 전남도당이 발대식을 갖고 서명운동에 가세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을 8번이나 언급, '여론도 국정조사·특검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온 국민이 분노하고 슬픔에 빠져 있지만 이 사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국민들로서도 이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민심을 내세워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것은 최근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진 것에 힘을 얻으면서다. 지난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 사태 수습 및 대응에 대한 평가에 전체 응답자 70%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의견은 20%에 불과했다. 같은 날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6.4%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실시 및 특검 도입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힌 반면 '반대' 의견은 35.0%에 그쳤다.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기념촬영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장외 여론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두 여론조사와 온라인 서명 결과를 직접 인용하며 "이렇게 분명한 국민 여론 앞에서도 집권여당은 귀를 틀어막고 민심을 외면한다. 우리당의 범국민 서명운동을 장외투쟁이라 낙인 찍으며 정쟁하기에 급급하다"면서 "지금 국회의 책무를 저버린 측은 누구인가. 대통령실만 바라보며 의회주의를 포기한 측은 누구인가"라고 꼬집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는 단순하게 국회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국회는 그러한 요구를 받아서 국정조사를 추진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야당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 여당과 정부도 적극 협조하는 게 맞다"고 압박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야당 입장에서 최후의 보루는 여론 아니겠는가. 민주당이 국정조사 추진이라는 밥상 외에 장외 여론전이라는 밥상 하나를 더 차린 것"이라며 "다만 국민에게 너무 장외 여론전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국정조사 추진과 서명 운동 두 사안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