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간 '이태원 참사' 당일 '무정차 통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 무정차 통과에 대한 기준 마련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15일 이태원역장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참사 당일 오후부터 승객이 밀집했는데도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이 참사와 무정차 통과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 중인 가운데 용산경찰서와 이태원역은 참사 당일 무정차 통과 요청 시간을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용산경찰서는 특수본 조사에서 “112상황실장이 당일 오후 9시38분쯤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정상운영을 고집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태원역장 초동보고에 따르면 9시38분엔 출입구 동선 통제 요청만 있었을 뿐 무정차 통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참사 발생 후인 11시11분에서야 무정차 문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역은 승객 13만131명이 이용했다. 오후 9시 이전에만 8만5454명, 오후 9시 이후 4만4677명이다.
전문가들은 무정차 통과가 제때 이뤄졌다면 유동인구 분산에 효과를 봤을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찰과 이태원역이 사전협의를 진행했거나, 유동인구가 폭증한 오후 9시 이전에만 협의했어도 다른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교통공사 관제업무 내규 제62조(무정차 통과 조치)는 ‘운전관제는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광화문역 인근 대규모 시위나 여의도역 인근 불꽃축제 등의 인파 밀집 현상이 예상될 경우 경찰·지자체의 사전 요청에 따라 무정차 통과가 이뤄진다. 화재 등의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역장과 관제 간의 협의 하에 긴급하게 시행될 수 있다.
30여년간 지하철에서 근무한 역장 출신 A씨는 “화재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그날 그날 결정하기보다 시간당 얼마가 오겠다 예측을 해서 무정차 통과가 이뤄져, 이번 참사의 경우 주말이라 사전협의를 했어야 한다”며 “무정차 통과를 했다면 인근 한강진역과 녹사평역으로 분산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소재와 시시비비도 중요하지만,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유동인구 대책을 새로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각 역마다 무정차 통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거나, 노후역사에 대한 시설을 확충해 유사한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시곤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유동인구라도 광화문역과 이태원역의 환경이 다른 것처럼 역별로 시설과 인근 환경을 고려해 무정차 통과 기준인원을 만들고 매뉴얼화 해야 한다”며 “신도림역이나 구로디지털 같은 노후역사도 최초 수요 예측의 몇 배가 이용하면서 위험이 커진 만큼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전국노동자대회 집회가 열린 2021년 11월13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에 무정차통과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