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올해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양상이다. 최근 한전 발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영업손실은 21조834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 5조8542억원의 3배를 이미 넘긴 상황이다.
4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전의 올해 누적 영업손실은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한전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 적자다.
한전이 만성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한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유가 상승 승 에너지 대란까지 일면서 적자의 늪에 더욱 깊숙이 발을 담그게 됐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도 한전이 적자를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고질적인 '역마진'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회사들이 생산한 전기를 사서 소비자들에게 파는 회사다.
그런데 전력을 사들이는 비용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비싼 구조로 사업을 하고 있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전력 평균 판매 단가는 116원40전으로 구입 단가(148원40전)에 크게 못 미쳤다.
공기업 특성상 한전은 전기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데, 발전회사들은 급등한 원자잿값을 반영해 전기 단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 기업은 아니기 때문에 한전이 수익을 우선시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적자 규모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우려가 더욱 커지는 건 지금까지 한전을 버티게 했던 회사채 발행마저 내년에는 막힐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전법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한다. 적립금은 순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올해 적자 규모가 불어난 만큼 회사채 발행 한도 또한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모두가 알고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주해야 할 때다. 전기료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산업 전기료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싼 편이라는 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산업용 전기요금 또한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전기료 인상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가 한전의 부실이 심화하면 그 부작용이 더 클지도 모를 일이다.
전기료 인상에 소극적이었다가 적자가 쌓이면 결국 정부가 지원금을 풀어야 한다. 어떻게 해도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국민과 기업에게만 단순히 전가하기 보단 지방 분권화에 발맞춘 지역별 인센티브 등 패러다임 지략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김지영 경제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