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탄소 규제로 새 동력을 찾는 조선사들이 잠재적 해결책으로 떠오른 원자력 기술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조선사들은 수소와 암모니아, 메탄올 등 차세대 에너지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온실가스(GHG) 배출을 2008년의 50%로 줄이기 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에너지효율 등급지수(EEDI·EEXI)와 탄소 집약도(CII) 규제를 충족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 제한과 에너지 절감 장치 설치 또는 저탄소 연료 추진 선박으로 개조 등 탄소 배출 저감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이 때문에 조선업계에서 탈탄소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안 중 하나가 원자력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원자력 기술은 세계 저탄소 전력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다. 해상 원자력 기술은 약 70년간 해군 함정과 잠수함 동력 공급에 쓰였다. 하지만 높은 운영비와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개발되지 못했다.
선박에 원자력 기술을 적용하면 속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연료 공급을 위해 배를 멈출 필요도 없다.
차세대 선박의 새 동력으로 원자력을 채택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상업용 선박의 첨단 원자력 기술 채택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선급협회(ABS)와 연구계약을 맺었다.
영국에선 원자력 기업 코어파워가 안전과 대량생산, 소형화와 간편함 등 조건을 충족하면서 용융염 원자로(MSR)을 쓰는 새로운 유형의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SR은 소형원자로(SMR)의 일종이다. 용융염화물을 냉각재와 연료로 사용한다.
SMR은 초기투자비가 낮고 수소와 암모니아 등 그린에너지 생산과 연계해 운용할 수 있다. 원자로와 냉각재에 따라 MSR과 경수로형(PWR), 소듐냉각형(SFR), 고온가스형(HTGR)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조선사들도 SMR 기술 확보로 탈탄소 시장 주도권을 쥐려 한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약 425억원)를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나섰다.
테라파워의 소듐냉각고속로(SFR)와 MSR 기술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대형 원전 대비 누출과 폭발 위험이 낮다. SFR은 소듐을 냉각재로 쓰고 고속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로다.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계열사 현대중공업의 원자력 분야의 역량으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상 원자력 발전, 원자력추진선박 분야의 미래 기술을 선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주요 핵심 설비 개발에 참여해 기술 역량을 키웠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선박과 해상부유체에 탑재할 수 있는 용융염냉각형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덴마크 용융염원자로 개발사 시보그(Seaborg)와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CMSR은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고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안정성이 높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내 최대 800㎿급 부유식 원자로 발전설비 모델을 개발해 ABS 선급 인증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선급인증 이후 부유식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생산설비 개발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21년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해양 MSR 개발 및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선박 추진연료 MSR 연구도 하고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