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합의문 초안에 쏙 빠진 '손실과 피해' 기금 계획

개도국 환경 장관들의 거센 비판 이어져
EU "초안은 공통의견 아냐"

입력 : 2022-11-18 오전 11:08:44
(사진=연합뉴스) COP27이 열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화석연료 사용 반대 시위를 벌이는 기후정의 활동가들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합의문 초안에서 주요 의제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계획에 대한 세부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초안에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이 담겼다. 또한 화석연료 보조금과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석탄을 제외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감축·중단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인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선진국들에 대응 지원 및 관련 피해 보상 요구안을 담은 '손실과 피해' 논의를 두고 미국 등은 그동안 관련 보상 논의를 꺼려왔다. 천문학적인 보상 규모 때문이다.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결론 도출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공개된 초안은 '비공식'(non-paper) 자료로 향후 논의를 거쳐 확정될 최종 합의문에서 내용이 수정될 수 있다.
 
한편 기후변화로 수몰위기에 처한 섬나라들은 이같은 결과에 크게 반발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몰윈 조셉 환경장관은 "이번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구성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의 랄프 레겐바누 기후변화장관은 "손실과 피해에 관한 결정이 없다면 COP27에서 퇴장하는 옵션을 77개 개도국 모임인 G77 회원국이 논의했다"라며 기금 문제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COP27에서 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럽의 기후정책을 조율해온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는 새로운 기금 조성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기존 금융기구를 손질해 손실과 피해 문제를 해결을 위한 탐색을 우선할 것"이라며 "이미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초안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견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우리는 논의를 지속할 것이며, 총회가 끝나기 전에 공통된 의견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18일 폐막한다. 그러나 주요 의제를 놓고 선진국·개도국간 의견이 여전히 갈리는 상황에서 관련 협의가 예정일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합의안 도출을 위해 과거 예정일을 넘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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