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Pick!
11월 30일(수) 토마토Pick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불러오며 정부와 화물연대가 정면충돌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안전운임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전운임제란?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여 과로·과속·과적 등 무리한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벌금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컨테이너·시멘트 등 두 가지 품목에만 적용됐으며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시행 배경
안전운임제는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고, 2020년 본격적으로 시행했는데요. 도입 이전에는 운송 물량 확보를 위한 업체 간 저가·과당 경쟁이 치열했고 이는 곧 화물 기사들의 무리한 장거리·과속 운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고정비용(인건비, 감가상각비)과 변동비용(부품비, 유류비 등)을 반영해 금액을 정하는 안전운임제 시행을 통해 위와 같은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도였습니다.☞관련기사
안전운임제 시행 효과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수입은 늘고 근로시간은 줄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컨테이너 차주의 2021년 월수입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24.3% 증가했습니다. 근로시간도 5.3% 단축됐고, 특히 시멘트 차주의 월수입은 111% 늘고 근로시간은 11.3%나 줄었습니다.☞관련기사
운수업자와 기업계의 반발
안전운임제를 도입할 당시 운수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차주들의 수입이 늘어나는만큼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이를 감안해 입법 당시 안전운임제 시행 기간을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딱 3년으로 정하는 ‘일몰제’를 도입했습니다. 일종의 타협을 한 셈인데 분쟁의 불씨를 크게 남긴 겁니다.☞관련기사
해외사례는
경영계에서는 안전운임제가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해외 일부에서도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물론 경영계 주장대로 일반적인 제도는 아닙니다.☞관련기사
-캐나다 :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가 밴쿠버 항만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최저운임제를 시행중입니다. BC주 컨테이너운송감독청(OBCCTC)에서 운임과 유류 할증료를 결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운수면허사업자는 면허정지, 면허취소, 행정벌금 부과명령 등의 처벌을 받습니다.
-호주 :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도로안전운임제가 2016년 전국에 도입됐습니다. 다만 이 제도가 오히려 개인사업자인 차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 때문에 현재는 뉴사우스웨일즈(NSW)주만 강제성 있게 시행 중입니다.
-브라질 : 2018년 화물 운송 종사자 대파업 이후 최저운임법을 도입해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브라질 최저운임법은 일반화물을 포함한 거의 모든 품목에 적용되며 최저운임은 거리와 하역비용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최저운임보다 낮게 계약할 경우 최저운임과 실제 계약 운임간 차액의 2배를 배상해야 하는데요. 배상액은 최소 550헤알(약 14만원)에서 최대 1만500헤알(약 270만원)로 제한됩니다. 화물연대는 브라질처럼 하자는 입장입니다.
불씨 남겨놓은 6월 타협안
이번 파업과 정부의 대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6월의 1차 파업과 타결 내용을 알아야 합니다. 당시 화물연대는 8일에 걸쳐 파업을 했는데요. 이 와중에도 정부와 화물연대는 5차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타협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을 보면 확정된 내용은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추진한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품목 확대와 유가보조금 확대는 추후에 논의하고 검토한다는 것이어서 불씨를 남겨놓은 미봉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관련기사
-안전운임제(컨테이너·시멘트) 일몰 연장 등 지속 추진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논의
-화물차주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 검토
-화물연대 파업 철회 및 즉시 현업 복귀
민주·화물연대 vs 차주·경영계
타협안 제시한 국힘·정부
6월 1차 파업 당시 타협안을 놓고 각자의 해석이 다르면서 2차 파업은 예고된거나 다름 없었는데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화물연대는 협상안을 최대한 ‘확대 해석’했고, 정부는 최대한 ‘축소 해석’한데서 갈등이 분출됐다고 봅니다.
-민주당과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확대” : 이번 기회에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제를 영구적인 제도로 만들고, 대상 품목도 확대하자는 입장입니다. 최인호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은 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관련기사
-차주와 경영계 “안전운임제 폐지” : 약속한대로 일몰제를 적용해 3년의 기간이 끝나는 올해말로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호주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차주들의 일거리가 오히려 줄어들어 폐지했고,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에 사고가 줄어든게 아니라 오히려 8% 늘어났다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국민의힘과 정부 “현행법 3년 연장” : 타협책으로 일몰기간을 다시 3년 연장하고, 대상 품목도 현재와 동일하게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정부와 국힘당은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는 타협안에도 화물연대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처음부터 ‘정치적 파업’이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윤석열 대통령, ‘업무개시명령’ 발동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시멘트업계’에 한정해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이제 겨우 1차 협상이 결렬된 상황이고, 30일에도 2차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그 이유로는 정부가 이번 파업을 지난 6월 1차 파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물연대의 요구는 1차 파업 당시의 협상안을 최대한 확대 해석해서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특히 일선 산업 현장의 피해 상황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관련기사
업무개시명령의 역사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군사작전’ ‘계엄령’ 등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정의당은 원래 업무개시명령에 비판적인 입장이었으니 이해를 하지만, 민주당은 좀 함부로 나대지 말기 바랍니다. 자기 정당의 역사도 모르면서 왜들 그리 설치는지… 이 제도를 만들고 적용한 게 역대 민주당 정부였고,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하니까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여론몰이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최초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2000년 김대중 정부 : 김대중 정부가 2000년에 의약분업을 시행할 당시 의료계는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하면서 집단폐업신고를 하고,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검찰은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의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것도 계엄령 방불케하는 군사작전인가요? 당시 의사들은 실제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관련기사
-운송업계 업무개시명령 도입은 노무현 정부 : 윤석열 대통령이 운송업계에 발동한 업무개시명령 제도는 2003년 11월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했습니다. 당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적으로 업청난 피해를 입은 뒤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도입할 때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금붕어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정당이 업무개시명령을 자기들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비판하고 있으니…☞관련기사 노무현 정부는 이후 여러 차례의 각종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이를 위반하면 사법처리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막판 타협으로 실제로 발동한 적은 없습니다.☞관련기사
-문재인 정부, 전공의 집단휴진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위반한 전공의 10명 고발조치 : 문재인 정부에서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 있습니다. 2020년 8월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들을 상대로 발동했고, 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조치한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업무개시명령은 의사들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악법"이라며 "위헌적인 이 법은 소송을 통해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총출동해서 의사들한테 명령에 따르라고 윽박지른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업무개시명령의 법적 효력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송달을 받은 시멘트업계 차주들이 그 다음날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운행정지 또는 자격정지와 같은 행정처분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합니다.☞관련기사
업무개시명령이 위헌?
누워서 침뱉는 민주당
윤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민주당은 29일 논평을 내고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호하고 위헌성이 높아 200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며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조건을 보면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상당한 이유 등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득해 임의적 판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밝혔습니다. 음 이렇게 위헌 논란이 있는 법을 만든 게 바로 민주당 당신들입니다.☞관련기사
향후 전망
지금 정부와 화물연대 태도를 보면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럼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6월 1차 파업 당시의 합의안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당시 합의안에 의하면 일단 안전운임제를 향후 3년간 유지하는 안은 합의되어 있으니 나머지 쟁점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 시행 효과를 실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서, 이를 토대로 확대할 건지, 축소할건지 결론을 내리는 단계로 진입했으면 합니다. 누가 이런거 좀 중재하고, 말리고, 자리 만들고 하는 사람 없나요? 정당이 이런 걸 해야 하는데 싸움박질 부추기기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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