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7월 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올린 후 석달째 동결이다.
최근 배추값 파동 등 치솟는 물가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렸지만 한은은 물가보다는 글로벌 '환율전쟁'을 상대적으로 더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동결로 이날 채권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 한은의 선택은 '물가보다 환율'
한국은행은 물가인상 압력보다 환율 안정을 선택했다. 실제 한은은 금리 동결의 원인으로 세계경기 불확실성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을 지목했다.
환율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의 약세를 통해 수출 증대를 꾀하는 가운데 먼저 금리를 인상한다는데 부담을 느낀 것.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금리차를 노린 해외 자금 유입으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김중수 총재는 "금리동결은 환율 하나만 생각해 결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여러 거시경제 지표 가운데 가장 급박한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대외의존적인 우리 경제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반면 물가 급등은 이미 예상한 수준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김 총재는 "우리는 물가 상승률 예상치가 3%가 넘는 다는 것을 누누히 말해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모두 발언을 통해서는 "농산물 가격 급등의 기여도가 0.7%포인트로 추정되고 이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는 2.9%수준"이라며 일시적 상승분이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연차 총회에 참석한 한 한은 관계자도 "물가 급등은 수해로 인해 이미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 연내 금리인상 가능할까?
기준금리가 3개월째 동결되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금리를 인상하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 이라며 9월에 금리를 인상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중수 총재는 앞서 "언제 하느냐가 문제일 뿐 우회전(금리인상)을 한다면 하는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이날 "방향과 타이밍의 문제"라며 "지난달 방향과 정확도(타이밍)에 관해 이야기 했다면 또 하나는 조건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세계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한발짝 물서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 연말까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한다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은은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앞으로 만장일치 여부를 공개하겠다"며 "이번 금리유지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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