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 등으로 상장사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급증하고 있다. 자금조달 계획이 지연되거나 철회되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지정 횟수나 벌점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해 상장폐지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총 71건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 공시가 이뤄졌으며, 이중 절반 이상인 41건이 올해 하반기에 공시됐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는 크게 공시번복, 공시변경, 공시불이행 등을 꼽을 수 있다.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에 벌점을 매기는데, 5점 이상의 벌점을 부과받은 경우에는 1일간 매매가 정지된다. 2년간 3회 이상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되거나, 최근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해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늘어난 것은 최근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난항이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과 부동산 PF발 자금 경색 등으로 단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던 투자자들이 이를 철회하거나 시기를 늦췄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이 △6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 △조달 자금이 20% 이상 변경되는 경우 △조달 계획이 철회되는 경우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
실제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단기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지난 10월부터 지난 5일까지 총 15건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 공시가 이뤄졌는데, 이중 10건은 유상증자나 CB 발행 등의 지연이나 철회, 발행금액 변경 등에 따른 지정 예고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에 따른 증권가 구조 조정 여파로 일부 증권사들의 주식자본시장(ECM) 관련 부서 업무가 중단되면서 앞으로 상장사들의 메자닌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 등으로 상장사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지금조달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여력이 떨어지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자금조달 난항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상장폐지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상장사들의 경우 벌점 누적이나 지정횟수에 따른 상장폐지 외에도 다양한 사유로 상장폐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국내증시에서 상장폐지된 기업 16곳(스팩, 합병, 이전상장, 자발적 상폐 등 제외) 중 연이비엔티, 매직마이크로, 세영디앤씨, 한프 등은 상폐심사 기준인 누적벌점 15점 넘었다. 지난 5일 코스닥 상장사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벌점 누적으로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특히 상장폐지 기업들의 경우 주식 관련사채나 유상증자 등을 시도하다가 상장폐지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상장폐지된 7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상장폐지 기업은 평균적으로 연간 주식 관련 사채·주식 발행이 4.4배 많았다. 또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도 9.2배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상장폐지 5년 전 13곳에서 18건이 발생했는데, 상장폐지 1년 전에는 31곳에서 52건이 발생하는 등 역시 상장폐지가 다가올수록 증가했다”면서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상장기업들이 자금조달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있어 투자자들의 보다 현명한 투자판단이 요구되는 때”라고 밝혔다.
금리상승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불설실공시법인에 지정되는 상장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