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리튬’…한국테크놀로지, CB 털이에 개미들 피눈물

리튬 호재에 환호한 개미들…CB물량 출회에 한순간 30% 손실
CB 매도가능 시점 보도자료 배포해 차익…불공정거래 여지 있어
주식전환 된 CB 발행주식 16%…소화 못한 물량에 '오버행' 주의

입력 : 2022-12-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한국테크놀로지(053590)가 최근 리튬관련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CB 투자자 등 특정 세력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CB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호재에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한국테크놀로지 CB 투자자들이 보도자료 배포 등과 관련 부정거래에 가담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리튬 호재와 동시에 출회된 대량매물…주가 한순간에 -30%
 
한국테크놀로지 1개월 주가 추이. (사진=한국거래소)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특정계좌(기타법인)에서 한국테크놀로지 주식(508만6791주)가 한 번에 매도됐다. 단일계좌 대량매도가 발생한 6일은 인동첨단소재와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이다.
 
인동첨단소재는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장외주식시장(K-OTC)에 상장한 기업으로 볼리비아 리튬 광산의 조광권을 확보했다고 알려진 기업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마로 자리 잡은 리튬관련 테마와 역이면서 한국테크놀로지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날 한국테크놀로지 주가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무참히 깨트렸다. 장 초반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내 대량매도가 쏟아지면서 이날 주가는 고점 대비 30%가량 급락했다. 
 
CB 매도 가능시점 배포된 리튬 호재…특정 세력 개입했나
 
대량매도에 나선 이들은 한국테크놀로지의 21회, 22회차 CB를 인수한 이들로 추정된다. 앞서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해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대상으로 총 170억원 규모의 CB(21회 40억원, 22회 130억원)를 발행한바 있다. 해당 CB는 주식전환 시기를 앞두고 ‘패스트라운드’와 ‘아시아어드바이저’라는 회사에 매각됐다.
 
패스트라운드와 아이아어드바이저는 주식전환이 가능해진 지난달 CB를 모두 주식전환청구하면서 블로딜로 재매각했는데, 해당 물량이 급격히 출회된 것이다. 주식으로 전환된 CB의 상장일은 지난 8일이었는데 대량매도가 있던 지난 6일부터 권리매도가 가능했다. 이에 일각에선 해당 CB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이용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실제 CB가 주식전환 청구된 이후 한국테크놀로지의 주가는 급격히 상승했다. 전자부품과 통신기기 및 방송장비를 제조·판매하는 한국테크놀로지가 돌연 네옴시티 관련주로 묶이면서 800원대였던 주가가 1300원대까지  올랐다. CB의 권리매도가 가능해진 6일을 앞둔 지난 5일 장 마감 이후에는 인동첨단소재를 통해 리튬관련주로까지 엮였다.
 
앞서 인동첨단소재의 리륨 광산 조광권 확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연관 기업이라고 알려진 파나진(046210), 퍼스텍(010820) 등이 단기간에 20% 이상의 주가 급등을 보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특히 높았다. 
 
소식이 전해진 5일 장마감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종목토론방에는 한국테크놀로지와 인동첨단소재 관련 언급이 잇따랐으며, 한국테크놀로지는 시간외단일가 거래에서 7.83% 급등했다. 
 
6일에는 장시작과 동시에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일부계좌에서 매도세가 몰리며 주가는 금세 되돌림 됐다. 장 시작과 함께 14.78% 급등했던 주가는 이내 마이너스(-) 15.04%까지 내려앉았다. 리튬 테마를 믿고 고점에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종가 786원 기준 40.45%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구 한국테크놀로지 대표와 유성운 인동첨단소재 회장이 5일 한국테크놀로지 본사 대회의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테크놀로지)
 
시장에서 소화 못한 CB 물량 다수…오버행 주의
 
문제는 아직 시장이 CB물량을 모두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식으로 전환된 한국테크놀로지의 21~22회차 CB는 총 2208만6417주로 발행주식총수(1억3509만2398주)의 16.35%에 달한다. CB의 권리매도가 가능해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기타법인에서 나온 한국테크놀로지 순매도 물량은 696만4342주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테크놀로지의 CB 거래와 관련해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한국테크놀로지의 CB 거래 형태는 무자본 M&A 세력 등에서 주로 보이는 모습”이라면서 “한국테크놀로지 CB가 시장에 풀리기 전 교두보 역할을 한 두 기업 역시 최근 리튬 등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기업집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이용해 특정세력이 차익을 거뒀을 경우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주가부양을 위한 허위 자료였고, 이를 통해 특정 세력 등이 차익을 실현했다면 부정거래에 따른 불공정거래가 성립될 수 있다”면서 “완전한 거짓이 아니더라도 사업 추진의 능력이나 의지도 없이 주가부양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불공정거래 성립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한 부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한국테크놀로지에 문의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