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확정…'보수 편향' 논란 불가피

'자유민주주의' 표현 들어가고 '성 소수자' 등 삭제
단계 거듭될수록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 깊어져
진보 진영 비판 커지자 장상윤 차관 "소통·설득하겠다"

입력 : 2022-12-22 오후 1:07:29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들어가고 '성 소수자' 등의 용어는 삭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했다. 이번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개발을 시작했으나 윤석열 정부로 넘어오면서 보수 진영의 색채가 짙어졌다는 평을 받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해묵은 이념 논쟁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8월 30일 새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되자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 '남침'으로 인한 6·25 전쟁 발발을 명시하고 '민주주의' 표현에 '자유'가 들어가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들은 과거부터 지난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도덕·보건 등의 교과에는 성(性) 평등 관련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은 공청회 전 '남침'에 대한 표현은 포함하도록 수정했으나 '자유민주주의' 기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청회를 거쳐 지난 11월 9일 발표한 행정예고안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을 추가했다.
 
아울러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에 나오는 '성 소수자' 용어는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도덕 교과에 표기된 '성평등'은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꿨다. 진보 진영이 요구한 '생태 전환 교육'과 '노동 존중 교육'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교육부가 보수 진영의 주장만 받아들였다면서 진보 진영이 반발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독재 정권 시절 '반북'과 동일시됐다는 점을 들어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해당 교과 정책연구진의 반대에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 갈등이 커졌다.
 
실천교육교사모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장인 장 차관이 일부 운영위원의 의결권 행사를 방해했다면서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절차를 밟을수록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교육부는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을 반영해 고등학교 보건에서 '성·생식과 권리'를 '성 건강 및 권리'로 추가 수정했다. 이는 '생식' 표현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강조해 낙태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보수 기독교계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심의 과정에서는 중·고교 보건에 있던 '섹슈얼리티'라는 표현이 삭제되기도 했다.
 
국교위의 새 교육과정 심의·의결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4일 국교위 심의·의결 과정에서 진보 진영 위원 3명이 의결에 반발해 퇴장한 데 이어 '자유민주주의' 등 쟁점 사항들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 토론 요구에도 무리하게 의결을 진행했다는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진보 진영은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정대화·장석웅·김석준 국교위원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교위가 교육과정을 졸속·강행 처리해 시작부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이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을 이런 방식으로 심의·의결했다는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이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러한 반발에 대한 대책을 묻자 "교과서 개발이나 현장 적용 과정에서 최대한 소통하고 설득하겠다"면서 "대폭 수정은 어렵겠지만 보완 작업이나 추가 설명이 교과서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교위에서도 상시로 의견을 모으고 검토해주면 조금 더 나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들어가고 '성 소수자' 등의 용어는 삭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다.(사진 = 교육부 제공)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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