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라 자동차 수리비가 오르면 보험료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리비가 비싸지면 청구되는 보험금이 많아지고,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보험업계와 자동차정비업계는 제10차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를 열고 자동차보험 조정률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자동차 수리 시 시간 당 공임을 정하는 자리다.
올해에도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정비수가 인상으로 결론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논의가 인상을 전제로 인상 폭 조정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정비업계는 9.9%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고, 보험업계는 2% 인상을 제시한 상태다. 앞서 보험업계는 동결을 주장했으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자동차정비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인상 방향으로 선회한 뒤 인상 폭도 0.5%에서 2%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정비업계가 9.9% 인상을 제시했고 보험업계가 2.4% 인상으로 맞붙었지만 결과는 4.5% 인상이었다. 지난해 인상률은 최종 결정 2달 뒤인 12월 1일부터 적용됐다. 지난해 사례로 미루어볼 때 최종 조정률은 보험업계가 제시한 것보다 높은 수치로 결론날 공산이 크다.
특히 올해는 논의가 길어지면서 정비수가 인상은 내년으로 미뤄질 예정이다. 보험업계가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했음에도 여전히 양측 간 입장 차가 크고 정비업계는 보험업계 인상안에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양측 입장 차가 컸음에도 4차 회의에서 결론이 난 반면, 올해는 10차까지 협의회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내년 정비수가가 인상되면 자동차보험료도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정비수가가 오르면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고, 이는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인플레이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차량 수리비 상승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폭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차량수리비에서 인건비 등 공임의 비중이 부품비 다음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차량 수리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수리 공임이 인상되는 것은 차량수리비 인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자동차 손해율 상승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 비용이 오르면 자동차보험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원가가 오르면 제품 비용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손해율이 다시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는 폭설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더해져 손해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 등 주요사들의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의 자동차보험 긴급출동 서비스 건수는 63만5091건에 달했다. 하루에만 평균 5만2924건의 긴급출동이 이뤄진 셈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1~2월 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돼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들면서 손해율도 예년보다 크게 낮아졌고 이 때 개선된 손해율이 올해 누적 손해율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했다"며 "하지만 여름 이후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고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손해율도 원상복귀하고 있어 새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눈이 내린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에서 서행하고 있는 차량들.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