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의사의 지시·감독이 있더라도 간호사가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거나 사망진단서 등을 작성·발급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환자 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 하는 ‘의료행위’이므로 간호사가 이를 대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 등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뤄지는 사망 징후 관찰은 구 의료법 2조 2항 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해 수행해야 하는 의료행위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기 포천의 한 호스피스 병원 의사인 A씨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자신이 부재중일 때 간호사 B씨 등에게 입원환자 사망여부를 확인하게 하고 본인 명의로 사망진단서 발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의사 A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한 혐의로, B씨 등 간호사들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됐다.
의료법 27조 1항은 의료인이 아닌 자는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원심을 파기자판(하급심을 파기하고 직접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들이 환자의 사망 징후를 확인하고, 나아가 사망진단서를 대신 발급하도록 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의사 A씨에게 벌금 100만원, B씨 등 간호사들에게 벌금 30만원씩 부과하고 벌금형 선고를 유예해 선처했다.
그러면서 “검안 및 사망진단 역시 의사 등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다”며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17조 1항 단서의 규정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를 지켜 환자를 검안하고 검안서를 발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환자와 유족들의 원활한 장례절차를 위해 검안 및 사망진단서의 신속한 발급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익이 의사 등으로 하여금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 등을 발급하게 해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위해를 막기 위한 보건상 이익보다 크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