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 대통령과 '빅3'의 역할

입력 : 2023-01-03 오전 6:00:00
새해 계묘년에 대한민국 정치를 움직일 '빅5'는 누구일까. 빅1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다. 나머지 빅4에 전직 대통령들이 포함된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새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복잡 미묘하게 전현직 대통령들의 공격적·방어적 행보가 교차될 것 같다.  
 
새해 들어 윤 대통령은 공격적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모처럼 선거가 없는 해인 데다 올해 업적 여하에 따라서 내년 총선이 판가름 나고 임기 3, 4, 5년차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새해 신년사조차 생략하고 특정 보수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2일 신년인사회에서 "기득권의 저항에 무너지면 우리의 지속 가능한 번영은 어렵게 된다"는 대목도 강하게 들린다. 
 
윤 대통령이 올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려면, 정치 따로, 경제 따로 가는 이른바 '정경분리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정치는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더라도 경제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속도 있게 달려가야 한다. 아마 윤 대통령은 내심 올해 3대 목표로 가시적 경제성과 창출(3대 개혁)과 친윤파 당대표 선출, 그리고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사정작업 완료를 설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 가지 모두가 빠르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공격적 속성'을 띄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지금까지 줄곧 강공 드라이브 일변도였던 민주당은 올해도 변함없이 '공격적 방어'로 밀어 부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야권을 이끄는 빅2는 이재명 대표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인가. 시쳇말로 누가 더 센가. 이재명 대표가 '힘 있는 사장'이지만, 종종 문 전 대통령이 '오너 회장'처럼 비칠 때가 많다. 문 전 대통령은 1일 양산 사저앞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찍은 일출 장면을 SNS에 올리며 새해에도 변함없이 '공격적인 사저 정치'를 해나갔다는 의지를 피력한 듯하다. 이미 지난해 12월30일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못난 모습들',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하고'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포문을 열었다. 현직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도 생략했는데, 전직 대통령은 신년사를 발표해서 현직 대통령을 작심 비판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드문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문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측과도 미묘한 갈등관계를 견지하고 있다. 범친문계인 이낙연계의 설훈 의원과 정세균계의 이원욱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계기로 친문 세력의 구심력 강화와 당권 탈환 시나리오가 가동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2일 멀리 양산 사저까지 내려가 문 전 대통령과 평양온반을 함께 먹으며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심탐색반, 견제반 의도도 담겼다고 본다. 어쨌든 새해에는 친문·친명계간에 연대와 갈등의 쌍곡선이 가파르게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연말연초에 갑자기 떠오른 빅3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30일 사면 복권되던 날의 논현동 사저 앞 풍경은 MB의 향후 행보를 예견케 한다. 윤 대통령의 전화, 윤핵관 4인방인 권성동·윤한홍 의원의 참석, 권성동 의원의 MB 밀착 수행, 이재오 전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지지자 150여명의 "이명박! 이명박!" 연호. 특히 이날 이 전 대통령과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몇몇 핵심 인사들은 두 가지 메시지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하나는 지난 3년간 고생한 기업인들에 대한 위로였고, 다른 하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에게 1만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와 깜짝 놀랐고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보았다는 대목이다. 향후 '기업인'과 '청년'들에 대한 역할론이 옅보인다. 아무튼 이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윤 대통령을 도울 것이 분명하다. 
 
한편 2021년 12월 사면 이후 대구 사저에서 칩거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이 여전히 광화문 집회 등을 통해 장외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빅4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내부에 많은 친이계와 외부에 많은 친박계가 윤 대통령에게 과연 지원군이 되느냐, 부담이 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아름다운 불문율이 있다. 오바마, 클린턴, 부시, 카터. 이들은 일단 퇴임하면 정파를 떠나서 하나가 되고, 정치활동을 최소화하며,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다. 2023년 계묘년은 윤 대통령이 토끼처럼 밤낮으로 뛰어도 부족할만큼 어렵고 힘든 숙제들이 쌓여 있다. 정치도 경제도 남북과계도 외교도 어렵다. 윤석열,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 대한민국 전현직 대통령들이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아 민생경제에 앞장서는 모습을 국민들은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을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침묵을 지켜주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다. 지난해 윤석열·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의 갈등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던 국민들은 올해 윤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3명의 행보와 관계학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국민들은 오직 '공격적인 민생 행보'만을 원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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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