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조선해양'으로의 사명 변경을 검토하면서 방산 연구개발 시너지를 위한 토대 마련에 한창이다.
3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특허청에 'HSME' 상표 2개를 출원했다. 하나는 대우조선해양 영문 약자 'DSME'에 밑줄이 그어진 기존 로고 앞 글자를 'H'로 바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밑줄이 없는 상표다. 모두 검은색 글씨로 쓰여 있다.
이를 두고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의 인수를 앞두고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상표권을 미리 확보해 놓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12월 27일 특허청에 출원한 ‘HSME’ 상표. (사진=특허청)
대우조선해양은 새 간판을 손에 쥔 채 한화가 노리는 방산 역량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해군과 계약한 '전투용 무인잠수정 개념설계 기술지원 연구용역 사업'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를 위한 첫 번째 설계다. 유인체계와 기술기반 무인체계가 조화된 해양의 수호자를 뜻하는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시대의 출발점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화의 회사 인수 시기가 겹쳤을 뿐 한화와의 기술 협력은 이번 인수와 관련이 없다"며 "한화의 역량이 뛰어나 방산 관련 사업에서 협력을 계속 해왔는데, 인수가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의 사업이 곧 한화의 사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방산 역량을 꾸준히 입증해 왔다. 지난 1996년 국내 최초 무인잠수정 'OKPO-6000' 개발을 시작으로 장보고-I급, 장보고-II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또 2021년 8월 '21세기의 거북선'으로 불리는 장보고-III급 도산안창호함을 해군에 인도해 한국이 세계 8번째로 3000톤급 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데 기여했다.
첨단 선박의 필수 조건인 보안 기술 강화에도 힘 쏟고 있다. 내년 1월 이후 계약되는 신조 선박에 적용될 국제선급협회(IACS) 사이버 보안 규정에 대응해 보안 기술 국산화에 돌입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영국선급 로이드로부터 스마트십 솔루션 최상위 등급 AL3 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기대가 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을 2차례 언급했다. 김 회장은 방산과 에너지 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 사회와 국가 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키워 나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한화의 연구개발비 증액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대우조선해양 매출에서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0.8%에서 2021년 1.6%로 뛰었다. 이 기간 연구개발비는 674억8400만원에서 722억5800만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매출액이 8조3587억4500만원에서 4조4865억8600만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하지만 앞으로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릴 경우 연구개발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화그룹은 2026년까지 투자액 37조6000억원 가운데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만 2조6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