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계속해서 하락하던 세계 해운 운임이 정체되면서 '운임 정상화' 시점 도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단기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가 한 달째 1100대에 머무르고 있다.
SCFI는 지난해 12월2일 1171.36에서 하락하다 같은 달 23일 1107.09에서 30일 1107.55로 소폭 반등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중국 위드 코로나 정책과 21일 시작되는 춘절 영향에 따른 일시적 물동량 증가로 해석한다.
앞서 해운 업계는 업체 간 가격 경쟁 이후 맞이한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SCFI는 지난 2019년 811에서 2020년 1265로 오른 뒤 2021년 3792로 치솟았다. 이후 2022년 1월 5110으로 정점을 찍고 소폭 반등한 뒤 꾸준히 하락했다.
업계에선 컨테이너 운임 약세가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선사들의 물동량 확보 위한 운임 경쟁이 치열해서다. 앞서 팬데믹에 따른 물량 확보 경쟁으로 수요가 폭증했지만,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소진 문제로 수요 불균형 문제가 떠올랐다.
올해 춘절은 해운 단기 운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간 계절성과 상관없이 치솟던 '팬데믹 운임' 이후 계절성 요인과 선사들의 가격 방어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해운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 치킨게임 이후 찾아온 팬데믹이 호황으로 이어져 '정상 운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면서도 "선사들이 코로나19 이전 운임으로 돌아가려 하지는 않고 있어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운임이 어떻게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 단기 운임이 팬데믹 이전처럼 100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MI 관계자는 "1000 이하로 내려가면 크게 손해 보며 운영한다는 의미인데, 선사들이 운임 방어를 위해 노선 우회 등 다양한 공급 조절로 대응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컨테이너 시황 분위기를 이끄는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운영 전략을 보면 더이상 가격 덤핑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 예전 같은 1000 이하 운임은 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춘절 이후) 어느 정도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라며 "춘절 전후로 물동량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 운임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통 봄·가을에 상승하고 여름·겨울에 하락하는 것이 컨테이너 운임의 계절성"이라며 "올해는 춘절 전에 비해 운임이 상승하는지 보는 것도 중요한 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팬데믹 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최대 국적선사
HMM(011200)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경배 HMM 사장은 전날 신년사에서 "SCFI의 급등락에서 보듯 수십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대외적인 위기여서 예측이 쉽지 않고, 제어는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HMM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조60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4.5% 올랐다. 1분기~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686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해운 운임 하락 장기화에 따른 '한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선박 공급 증가율이 8.1%로 물동량 증가율(2.5%)을 크게 웃돌고, 북미와 유럽항 물동량 증가폭 둔화로 전체 컨테이너 해상 운임이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본다.
HMM은 단기 화물 신규 개발과 냉동·특수·내륙 화물 등 고채산 화물 증대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화물비 절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