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가 새 지급여력제도인 K-ICS로 바뀌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재무건전성 권고 기준을 상향할지 주목된다. K-ICS 도입으로 보험사 건전성 비율이 개선되어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별로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을 파악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에 따라 K-ICS 비율을 잠정 집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보험사의 K-ICS 비율을 파악한 뒤 권고 기준 등 보험사 재무건전성 감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가 요청할 때 보험금(환급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일정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지급여력제도로, 지난해까지 적용됐던 보험사의 지급여력제도는 RBC비율이었다.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에서의 금융당국 권고치가 상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은 "새해가 됐는데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신지급여력제도로 전환했을 때 변동요인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권고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지급여력제도 비율의 기준값을 정하는 것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관리할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말 그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돌려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곧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 신호다.
만약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100%라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비용은 갖고 있으나 그 이후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100%를 하회한다면 당장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의 RBC비율이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100% 미만일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통해 경영에 개입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업법보다 1.5배 높은 RBC비율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을 하회할 경우 보험업법 기준(100%) 미충족시와는 달리 경영 개입 등의 조치를 하지는 않지만, 보험사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조치와 제한 규제가 적용된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란 숫자는 감독규정 상 명확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보험사의 현황에 근거에 결정한 만큼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BC와 달리 K-ICS는 자본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또한 가용자본의 인정 방식과 산출도 차이가 있어, 지급여력금액이 다르게 계산된다.
RBC비율보다 K-ICS비율이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RBC보다 K-ICS값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RBC비율이 하락했던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교보생명·NH농협생명 등은 K-ICS 비율이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금리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가 문제다. 금리가 최고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서면 K-ICS비율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정점을 지난 뒤 보험사의 부채는 다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채권 발행이 용이한 상황에서는 자본을 확충해 방어할 수 있지만 현재는 아직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이슈, 콜옵션 이슈 등으로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 어려워 중소형사는 채권 발행에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내부.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