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한다더니"…교육과정 '5·18 삭제'로 불붙은 역사 논쟁

개정 교육과정에 용어 한 차례도 안 나와…이재명 "역사 부정 정권, 심판 못 피해"
대통령실·교육부 "내용 최소화로 빠져" 해명…정치권 공방, 역사 논쟁으로 번질 듯

입력 : 2023-01-04 오후 5:10:59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 의원들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득구 의원실 제공)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윤석열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라며 "역사를 부정하는 정권은 혹독한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이 정권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얘기한 인사(김광동)를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일이 있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가 고시한 2022년 개정 사회·역사·통합사회·한국사·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는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기존 교육과정에는 5·18 민주화운동이 4·19 혁명, 6월 민주항쟁과 나란히 기술되며 7차례 등장했다.
 
야권은 이를 '윤석열정부의 5·18 지우기'로 규정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58명의 야3당 의원들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퇴행이자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교육과정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교육과정과 이후 추진할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운동을 최대한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20명도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는 퇴색하고 국민은 또다시 분열할 것"이라며 "정부는 개정 교육과정의 5·18 삭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교육과정서 5·18 민주화운동 삭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통령실과 교육부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이 삭제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육과정에서 학습 요소 항목이 생략되면서 5·18 민주화 운동뿐 아니라 모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교육과정 대강화, 간략화 방침에 따라 내용을 줄이면서 해당 용어가 빠졌다"며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해당 교육과정의 초안 자체가 전임 정권인 문재인정부 때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교육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의 역사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는 '건국절' 논란이, 박근혜정부에서는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당장 야당에서는 '5·18' 용어의 삭제가 '정권 입맛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여당에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역사와 관련된 그 어떤 편향과 왜곡도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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