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생명보험업계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경쟁이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들이 4% 중반대 연금보험이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 경쟁을 당부하고 있지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이란 보험의 특징인 보장과 저축을 겸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장성 보험보다는 보험료가 높지만 기간이 만기됐을 때는 그간 납부한 보험료의 합계액에다 이자가 더해진 목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저축성보험 상품으로는 연금보험·저축보험·교육보험, 재테크보험 등이 있다.
이미 대형 생보사들은 연말연초 고금리 연금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난 2일 4.6% 금리를 적용하는 일시납 연금보험을 내놓았다. 앞서
삼성생명(032830)이 지난 12월 출시 이후 3일만에 판매를 완료한 확정금리 4.8%의 연금보험과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생보사들의 저축보험 금리 경쟁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일시적으로 위축됐다. 금리 인상은 5.95%에서 멈췄고, 경쟁적으로 저축보험을 판매해왔던 생보사들은 저축보험 판매 경쟁을 자제해왔다.
한화생명(088350)·교보생명·
동양생명(082640)·KDB생명은 저축보험 판매를 종료한 상태다.
하지만 생보업계에서는 언제든지 저축성보험 금리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보사들의 자금 유동성 확보가 여전히 화두인데다, 채권발행의 어려움이 여전해 저축성보험에 몰려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자금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것은 예정된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의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 축소 기조에 따라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는데, 이들 보험의 만기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돌아오는 상황이다. 그간 발행한 채권의 중도상환기일을 맞는 생보사들은 이를 위한 자금조달도 추가로 필요하다.
반면 경제난으로 가계 지출이 줄면서 생보사들의 보험 해약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조원 수준이었던 생보사의 해약환급금은 8월 들어 4.1조원으로 오른 뒤 10월에는 6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4개월 사이 두 배 증가한 규모다.
자본 확충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험사들은 채권 금리가 높아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한 유동자금 확보를 더 나은 선택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새 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을 판매해야 했지만,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했다"며 "여전히 채권발행이 어렵고 채권 금리가 높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을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사진)이 삼성생명에 이어 고금리 연금보험을 출시하며 생명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 = 교보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