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D램 속도 확보를 위한 기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메모리 시장에서는 고성능, 저전력 특성을 갖춘 LPDDR 제품 경쟁이 불붙고 있는데요. LPDDR은 'Low Power DDR'의 약자로 극단적인 저전력을 목표로 만든 '모바일용 D램'을 뜻합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모바일을 넘어 서버 시장까지 번져가는 분위기입니다.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를 내놨기 때문인데요. 서버용 CPU 중 최초로 DDR5를 지원하는 만큼 양사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버 교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의 수요처 확보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현존 최고 속도인 모바일용 D램 'LPDDR5T'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습니다. 본격 양산은 올 하반기 시작됩니다. 'LPDDR5T'의 동작속도는 전작인 LPDDR5X 대비 13% 빨라진 9.6Gbps(초당 9.6 기가비트)까지 높아졌습니다. 1Gbps 차이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할 경우 초당 4GB(기가바이트)의 고화질 영화 2편을 더 처리할 수 있는 속도로 전작 8.5Gbps 보다 대폭 빨라진 셈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고속도를 구현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규격명인 LPDDR5 뒤에 '터보(Turbo)'를 붙여 제품명을 자체 명명했다는 후문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가 3개월만에 LPDDR5 제품에서 만큼은 자사를 앞질렀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업계 최초로 14나노 기반 LPDDR5X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말에는 세계 최초로 초당 8.5Gbps의 전송 속도 신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했으나 이번에 SK하이닉스에 속도 면에서 선두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죠.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맞춰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데 아직 시장 메인스트림(주류 수요)은 7.5Gbps에 머물러있다"며 "더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시장이 개화하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초고속·고사양 신제품 등장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고사양 신제품은 통상적으로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수요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격차' 제품은 가격이 비쌉니다. 일례로 초고속 D램 탑재로 스마트폰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면 구매력이 줄겠지요. 따라서 통상 신제품이 출시되면 전작의 가격은 떨어지고 메인스트림은 한단계 상승하는 등 시장에 파급력을 가져오게 됩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업계 안팎에서는 고도화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AI와 머신러닝 등에 쓰이는 모바일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VR(가상현실) 등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상용화를 위해서는 레이턴시(지연) 감소가 중요하다"며 "실시간으로 반응해야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야하고 무선 사용 시에는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이용 시간이 길어야하기 때문에 저전력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서버 D램 시장에서의 한판승부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그간 모바일과 PC 시장에서는 DDR5가 채택됐지만 서버 시장에서는 여전히 DDR5를 사용하지 못하고 DDR4까지만 탑재가 가능했습니다. 이는 지원 가능한 CPU가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이슈는 전세계 서버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하면서 해소됐습니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인텔의 서버용 CPU 중 DDR5 D램을 지원하는 첫 제품이죠. 따라서 양사 모두 일찌감치 서버용 DDR5 개발을 끝마친 상태입니다.
DDR5 기반 서버용 D램 수요 확대는 필연적입니다. DDR5는 DDR4에 비해 2배 이상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데요. 최근 AI, 딥러닝 등 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이 커지면서 고성능 DDR5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는 DDR5 전환의 원년으로 꼽힙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DDR5가 DDR4를 제치고 시장 대표 제품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전체 D램 생산 중 DDR5의 점유율은 지난해 4.7%에 불과했으나 올해 20.1%에서 2025년 40.5%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40.7%, SK하이닉스 28.8%, 마이크론 26.4%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