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국민연금의 곳간 상황을 알려줄 제5차 재정추계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2041년 적자로 전환하는 등 오는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 4차 계산 당시에는 연금 소진 시점이 2057년이었는데, 2년 더 앞당겨졌습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7일 국민연금 제도 개혁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 결과(시산)'를 발표했습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재정수지를 계산해 연금보험료 조정 및 기금운용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입니다.
이번 재정계산은 2018년 4차에 이은 5차 재정계산으로 지난해 8월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재정계산위원회를 운영 중입니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법 4조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며, 통상 시기가 도래하는 3월 결과를 낸 후 그해 10월 국회에 향후 5년간의 국민연금종합운영 계획을 제출해 왔습니다.
정부가 시기를 두 달여 앞당긴 것은 연금 개혁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입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별 민감도 분석 내용 등은 3월 확정되는 재정추계 최종 결과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악화, 경제 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여건 변화로 국민연금 재정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됐습니다.
합계출산율이 하락하고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 수급자 증가로 보험료 수입 감소, 급여 지출 증가가 예상됩니다. 현 제도의 유지를 전제로 향후 70년의 재정수지를 추계한 시산 결과입니다.
전체 인구는 2023년 5156만명에서 감소해 2093년 2782만명, 65세 이상 인구는 1980년대 이후 저출산 세대가 고령 인구에 포함되는 것에 따라 점차 감소해 2093년 1201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노인부양비(18세~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는 2023년 27.1%에서 2081년 110.9% 최고 수준 이후에 2093년 92.8%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은 2023년 44.0%에서 2070년 84.2%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수급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78년 143.8%로 최고점에 이른 이후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질경제성장률과 실질임금상승률 하락 등 거시경제 변수는 단기적으로 보험료 수입 감소가 예상됩니다.
지역가입자 비중 및 납부예외자 비율 하락 등은 재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연금 개혁이 늦어짐에 따라 4차 재정계산에 비해 필요보험료율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5차 재정계산의 경우 적립 기금 규모에 대한 목표 시나리오별 필요보험료율이 4차 재정계산 대비 약 1.66%포인트~1.8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인구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부양비(가입자수 대비 수급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부과방식비용률도 전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부과방식비용률이란 당해연도 보험료 수입만으로 당해연도 급여지출을 충당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로 연금 개혁과 관련이 있기보다는 인구 변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기금 소진연도인 2055년 기준 26.1%로 4차 재정계산 24.6%(2057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여년간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를 유지하나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2041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해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4차와 비교할 때 수지적자 시점은 1년, 기금소진 시점은 2년 앞당겨졌습니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가입·수급연령 등 제도 세부내용을 조정하지 않고, 현행 제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전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금소진연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연금 개혁 논의와 향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금개혁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참고해 국민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오는 3월까지 개혁안 초안을 낸다는 계획입니다. 연금 개혁 방식에서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개시 연령 연장과 같은 모수개혁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는 이미 제시된 상태입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올려 12년 뒤인 2036년까지 15%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16년 늦출 수 있다는 제안이 대표적입니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매년 0.2%포인트씩 30년에 걸쳐 올리거나 3년이나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릴 경우에도 10년~15년의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2%까지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하기 전인 10년 안에 15%까지만이라도 올려야 한다"면서 "정부가 다양한 노동 시장 개혁과 함께 사용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면서 의무납입연령을 64세까지 상향 조정하면 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나고, 연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완전소득비례연금으로 바꾸면서 중간 이상 고소득층이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간 저소득층을 타겟으로 더 많이 줘야 한다. 이것이 국민연금 재정 안정도 달성하고, 노후 빈곤 완화도 할수 있는 비법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2041년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결과를 27일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국회 연금특위 사회적 합의 기구 설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