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경영인 낙인…국민연금, KT 또 한번 저격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 열려
국민연금, "부정행위에도 직위 유지…연임 안된다" 강조
정치권 개입 논란 의식한듯 김영식 의원 "관치 비판 나와도 국민연금 나서야"
"임기 도중 CEO 교체 악순환은 끊어야" 반론도

입력 : 2023-01-30 오후 6:00:4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KT(030200)의 차기 수장 자리를 놓고 설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민연금이 '횡령·배임'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관련 제재를 받은 이력의 후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여기에 국회의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치권이 KT에 개입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지만, 이들은 관치라는 비판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구현모 대표는 국민연금의 반대 눈초리에 KT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복수 후보를 대상으로 경선까지 자처해 적격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3월 주총 전까지 국민연금에 얹어진 국회의 목소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30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주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 실장은 "기업지배구조 수준 하락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횡령·배임뿐 아니라 서비스장애 등 부정행위에도 직위를 유지하며 연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2018년 이후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로 횡령·배임, 부당 지원 등 자본시장법상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는 인물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T라는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횡령·배임, 서비스장애 등의 단어를 통해 차기 대표를 선임하고 있는 KT를 지목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황창규 회장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적인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으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KT에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약 630만달러의 과징금과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의 KT새노조를 비롯, 참여연대·약탈경제반대행동·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구현모 구현모 대표와 KT 이사회 전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조치했습니다. 또 KT는 2021년 10월 유무선 서비스가 약 85분동안 먹통된 사태가 있었습니다. 오늘 세미나에서 언급된 횡령·배임 서비스장애의 교집합은 결국 KT로 귀결되는 셈입니다.  
 
이동섭 실장은 "재무실적도 고려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관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펀드 수익률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영식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이동섭 실장의 발언은 최근 국민연금이 KT를 거론하며 대표 후보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지배구조가 확고한 기업과 다른 측면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지난해 12월 취임하자마자 "소유분산 기업의 CEO 선임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셀프 연임 우려가 해소될 수 있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공개 반대에 구현모 대표는 KT 이사회로부터 우선심사 과정에서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신을 포함한 복수 후보를 대상으로 경선을 하자고 자청했습니다. 이에 지난달 28일 사외 인사 14명, 사내 후보자 13명 등 총 27명에 대한 차기 대표이사 적격 여부 검토와 7차례 심사가 추가로 진행된 후 구 대표는 차기 CEO 최종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목소리를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가 차기 CEO 최종 후보로 결정된 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직 대표를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한 것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불공정한 선임 절차인 만큼 의결권 행사를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선임에 반대표를 보내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정·재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결국 용산의 의중이 아니겠냐며, 정부 입맛에 맞는 인물을 KT CEO 자리에 앉히려는 시도라는 평도 내놓고 있습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이날 국회까지 나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향후 주주총회 결과는 오리무중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부적절한 CEO가 연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국민연금은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과정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관치라는 비판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명분인데, 명분 너머의 '관치 꼬리표'는 어쩔 수 없이 숙제로 남을 전망입니다. 하필이면 국회가 찍은 개혁 대상이 그간 오랫동안 정권 낙하산 인사에 시달려온 바 있는 KT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주장과 국회의 목소리에 반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관치 논란을 고려해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주가가 오르는데 CEO를 왜 교체해야 하냐"고 반문하면서 "시장을 중시하는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임기 도중에 CEO를 교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될 필요성이 주장됐습니다.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경영 승계정책에서 CEO 연임 시에 필요한 적극적 자격요건을 별도로 명시하고 그에 따른 투명하고 합리적인 검증 절차를 통해 연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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