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식물 씨) 수출 산업에 향후 5년간 2조원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종자 산업 규모는 1조2000억원, 종자 수출액은 1억2000만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제3차(2023~2027) 종자 산업 육성 종합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종자 산업에 1조9410억원을 투자합니다. 이번 종합 계획에는 종자 산업 규모와 수출액을 늘리기 위한 5대 전략, 13개 과제가 담겼습니다. 특히 지난 2020년 7400억원 수준인 종자 산업 규모를 2027년까지 1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종자 수출액도 6000만달러에서 1억2000만달러로 키우는 방안입니다.
전략 과제를 보면 농식품부는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 중인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신육종 기술을 상용화합니다. 디지털 육종은 전통 육종과 비교해 육종 기간을 7~10년에서 3~5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상품화율도 10%에서 50%로 확대하는 등 육종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또 맛, 형태, 크기, 성분, 생산성, 병 저항성 등 여러 형질을 모두 포함하는 신품종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911억원 규모로 진행된 '골든 시드 프로젝트'의 후속으로 디지털 육종 상용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25년부터 2034년까지는 7000억원 규모의 종자 산업 혁신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합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10대 종자와 국내 수요 맞춤형 우량종자 등 경쟁력 있는 핵심 종자 개발에도 집중합니다.
세계 종자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 콩을 포함한 밀, 감자, 벼 등 식량작물과 향후 높은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수직농장 등에 특화된 종자(상추 등 엽채류와 딸기, 토마토, 파프피카 등 과채류) 개발도 강화합니다.
국내용 종자 중 식량은 기후 변화, 기계화 전환에 대응한 밀, 콩 품종과 쌀 적정 공급을 위한 가루 쌀 품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합니다. 채소·과수는 1인용 소형 양배추 등 소비자 기호 변화에 대응하는 품종, 화훼는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합니다.
아울러 인력, 데이터, 거점 등 3대 핵심 인프라도 강화합니다. 특히 네덜란드의 종자 단지(Seed Valley)와 같이 연구개발 시설, 연구 기업 등이 집적된 '종자 산업 혁신 클러스터(K-seed Valley)'를 신성장 4.0 전략의 하나로 구축할 방침입니다. 올해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내년 부지 관리 전환과 예비타당성 심의를 받고,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합니다.
연구개발 방식도 정부 주도에서 기업 주도로 개편합니다. 정부는 원천 기술 개발 전수에 집중하고, 기업이 종자 품종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게 됩니다. 또 오는 2026년까지 전북 김제시에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자가공센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민간의 식량 종자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립종자원이 보유한 정선시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정선시설은 벼, 보리, 콩 등 수확된 산물 종자를 이물질과 분리·건조해 순수한 종자만 걸러내는 시설입니다.
현재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49억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해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약 1.4% 수준에 불과합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현재 민간 종자 시장은 영세한 기업이 다수를 이루고 있고, 이러한 구조하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번 종합 계획으로 기술 수준이 전환되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3차 종합 계획은 디지털 육종 상용화 등을 통한 종자 산업 기술 혁신과 기업 성장에 맞춘 정책 지원으로 종자 산업의 규모화와 수출 확대에 중점을 뒀다. 관계 기관, 업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연차별 세부 시행 계획을 마련해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제3차(2023~2027) 종자 산업 육성 종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1조94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외국산 콩 등 곡물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