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해당 사건의 배경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수사력을 모을 전망입니다.
다만 이 둘을 연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참고인 소환을 거부하면서 검찰 입장에서 다소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에서 김 회장을 체포한 후 20일 간의 구속 만료 기간을 이틀 앞두고 재판에 넘긴 겁니다.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항사진기자단)
번복하는 김성태·버티는 이화영·부정하는 이재명
체포 당시 김 회장이 이 대표를 모른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자,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 전 대표가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를 강제로 소환하려면 피의자로 전환해 영장을 발부해야 하지만, 그는 이미 구속 수감 중인 상태라 검찰의 이 같은 조치는 크게 의미 없습니다. 증거인멸·도주의 우려도 없고요. 그가 검찰 소환에 응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강제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다만 김 전 회장이 계속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사실확인은 여러 경로로 필요한 상태입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대북 송금 논의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이재명 당시 경기도 지사와 전화 통화로 연결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관련 의혹을 모두 '허구'라고 부인하며 추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이 대표 또한 '소설'이라며 검찰의 수사 방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6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 로비 사건에 저를 관련시키려면 최소한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검찰이 흘린 취재 자료에 의하면 (이 전 부지사와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 날) 저녁 6~8시 만찬에서 이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줘서 통화를 했다는 데, 그날 제가 재판 받는 걸 뻔히 알면서 그런 전화를 했겠냐"고 일축했습니다.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검수완박2' 추진에도 기소는 강행될 듯
아마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추가 단서를 잡고 싶어 할 겁니다. 이 전 부지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게 본인에게도 유리하겠지요.
민주당 차원에서도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이른바 '검수완박2'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암묵적으로 이 대표를 보호하려는 '방탄법' 마련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가 소환에 불응한다고 해서 이 대표에 대한 기소 범위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기소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겁니다. 다만 기소 후 재판 과정과 판결에 있어서는 확실한 유죄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도 문제 삼는 등 사실상 앞으로의 검찰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방울 관련해 성남FC·대장동·백현동과 연관해 기소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가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 이 대표에 대한 기소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기도가 예산을 측정한 대북 스마트팜 사업에 대해 현물 지원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500만불을 송금했는데, 이를 이 대표가 용인했을 지에 대한 부분은 구멍"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라면 기소까진 할 수 있어도 그것이 어떠한 성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