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제휴? "테스트베드 현대카드 지켜보고"

NFC 단말기 보급률·수수료 등 과제 산적

입력 : 2023-02-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의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과의 제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마냥 반길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카드사들의 입장입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현황, 수수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속내가 복잡한 건데요. 카드사들은 애플페이와 우선협상을 했던 현대카드의 행보를 보고 향후 전략을 세우겠다며 '눈치싸움'에 들어갔습니다. 
     
애플이 8일 이메일 공지를 통해 "한국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점의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8일 현대카드는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지하겠다"고 첫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그간 현대카드와 애플코리아 측은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현재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만 답해왔습니다. 

금융당국의 애플페이 도입 허가와 현대카드의 본격적인 행보가 이어지자, 업계는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도입을 이르면 내달 초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페이와 독점 계약을 염두에 두며 서비스 출시에 공을 들여왔던 현대카드로서는 '배타적 사용권' 포기가 뼈아프겠지만, 현대카드에서 먼저 출시되는 만큼 선점효과를 누릴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타 카드사들이 애플이랑 협의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꽤 걸릴 수도 있어서 그 사이에 애플페이를 이용할 고객들은 현대카드를 만들 것으로 보여 분명히 초반 선점, 독점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드사들 눈치 보기 돌입
 
다른 카드사들도 현대카드의 독점 해제로 애플페이와 협업할 수 있게 됐지만  "매력적인 선택지임은 분명하지만 실익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관망하는 입장입니다. 

시장분석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애플(아이폰)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34.09%로 삼성전자(58.38%)와 격차를 줄였습니다. 대학 생활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개발사 비누랩스가 지난 7일 애플페이가 Z세대의 스마트폰 구매 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리포트(전국 20대 대학생 1000명 대상)에 따르면 Z세대(1995년 이후 출생) 82%가 '애플페이를 쓸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진=지난 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SNS)
 
이처럼 아이폰 사용자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애플페이 시장은 거부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NFC 단말기 보급률과 애플의 높은 수수료를 생각하면 좋은 선택일지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애플페이는 스마트폰을 NFC 단말기에 갖다 대는 방식으로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집적회로(IC) 칩이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NFC 단말기를 모두 지원해 범용성이 높은 삼성페이와 달리 한가지 방식만 지원합니다. 
 
단 300만 곳에 육박하는 카드 가맹점 가운데 NFC 호환 단말기를 갖춘 곳은 10만 곳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 즉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내외에 머물고 있어 애플페이를 활성화하려면 NFC 단말기 보급률부터 높여야 합니다.  

또 애플페이가 자체적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변수입니다. 카드 결제 시 가맹점은 카드사에 일정액 수수료를 지급하고 카드사는 이 중 일부를 부가통신사업자인 VAN 사에 지불합니다. 이때 애플은 별도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하는데 업계관계자는 "해당 수수료가 높다"며 "카드사로서는 (비용을 더 내면서 도입 등) 여러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디바이스 기반의 페이가 가장 강력한 건 사실이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이달 중 가맹점 관리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고, 오는 27일 독자 결제망 구축 2단계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비씨카드에 의존하던 가맹점 분류에서 관리까지 우리카드 독자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데요. 우리카드 측 관계자에 따르면 "BC 가맹점 결제망을 그대로 쓰면서 애플페이 서비스에 참여해야하는데 단독 가맹점 사업과 겹치는 상황"이라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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