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쓰나미 앞두고 방파제 쌓는 증권사

PF발 부실화 우려에 금융지주 통해 자금 수혈
은행권 지원 없는 증권사…자금 수혈 난항

입력 : 2023-02-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초 예상됐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의 출범으로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다만 최근 대우건설(047040)이 시공권을 포기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이슈가 여전해 증권업계 ‘뇌관’이 되고 있죠.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증권업계가 충당금 적립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증권사 효자 노릇하던 부동산PF…'부메랑'되나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과거 부동산 PF 시장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효자 노릇을 해왔습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입니다.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 경기의 호조와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유동성 확대에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죠. 증권사들은 PF 이전의 브릿지금융은 물론 사업 초기 단계의 토지계약금 금융과 관련한 신용보강 등을 제공하는 등 부동산 PF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까지 국내 증권사 24곳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은 64%에 달했죠.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수익은 전체 IB수수료 수익에서 50∼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습니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BNK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008560), 다올투자증권(030210), 한양증권(001750) 등 PF사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죠. 
 
PF 대출 절반 이상 신용 보강한 증권사 '발등에 불'
 
올해는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과 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며 증권사들의 PF 단기 자산유동화증권 차환 실패 부담도 커졌습니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지방 PF 비중과 중·후순위 PF 비중, 사업 초기 단계 PF의 익스포저 비중이 높아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부동산 PF ABCP는 주로 신용 보강의 주체인 증권사와 건설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환이 안 될 경우 신용 보강 주체가 자금을 보충해야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사들의 PF 대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45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작년 전체로 봤을 때 연간 PF 대출 발행금액은 37조1000억원 중 증권사가 신용 보강한 PF 대출이 18조8000억원으로 전체 발행량의 50.8%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증시침체와 금리인상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증권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실적 부진에 더해 올해는 부동산 PF발 유동성 우려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위험도가 높은 중·후순위 PF 보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SK증권(001510)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508억원) 대비 97.0% 급감했고 한화투자증권(003530)(-79.0%), 하이투자증권(-72.8%)도 큰 폭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PF 실적 비중이 높았던 중소형사 중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985억원으로 전년(1476억원) 대비 33.5% 감소했고, 당기 순이익은 1761억원에서 766억원으로 56.5% 줄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지난달 계열사 다올신용정보를 매각한 데 이어,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 매각 절차도 진행 중이죠.
 
원자재 가격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꺾인 가운ㄷ,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며 증권사들의 PF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출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사 충당금 확보 혈안…충당금 손실인식 규모가 실적 가를 것
 
은행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충당금을 높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PF 사업비중이 높았던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대본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1조3000억원으로 비중이 93%에 달합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커서 나중에 증권사가 떠안을까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비율 낮추려 하고 있다”며 “선제 대응을 위해 문제없는 사업장에도 지난해부터 충당금 쌓아놓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1308억원의 특별 충당을 진행했는데요. 이중 1120억원을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에 충당됐습니다.
 
다른 금융지주사도 일제히 충당금을 늘리고 있습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조2592억원으로 3분기(8617억원) 162.2%  급증했습니다.
 
다만 은행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충당금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증권의 충당금은 165억원에 불과합니다. 3분기말 기준 위험익스포저는 1조2922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206.9%에 달합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중·후순위 부동산PF, 브릿지론 등으로 구성된 채무보증의 질적 위험도가 높은 편”이라며 “대구 소재 주택, 지방 소재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분양 사업장의 분양률도 현재 저조한 상황으로 회수 불확실성이 높아 자산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부동산PF 비중이 높은데요. 작년 3분기 우발부채 6460억원 중 부동산 PF 비중이 63%, 브릿지론 비중은 24%로 나타났습니다. 3분기 기준 충당금은 105억원에 불과합니다.  
 
한 중견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 증권사들의 경우 올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올해 충당금 적립과 손실인식 규모가 증권사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8.2%로 2021년 말(3.7%)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6배를 넘어섭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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