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월) 토마토Pick은 노인연령 상향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앞서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등을 추진하면서 노인 연령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불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연령 상향, 꾸준히 제기돼
관련 법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노인 기준 연령은 오랫동안 '만 65세'로 굳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자는 주장은 이미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의학의 발달 등으로 '노인'의 건강 상태가 과거에 비해 좋아지면서 평균 수명 자체가 크게 늘어났고, '현역'에서 일하는 노인이 전보다 늘었기 때문입니다.
무임승차 연령 논의 과정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시행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인 2010년부터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노인 연령 상향과 관련한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다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2011년 5월 : 서울시, 무임승차 연령 65세→70세 상향 논의
-2012년 9월 : 박근혜 정부, 고령자 기준 65세→70세 또는 75세 상향 논의. 정년 연장+임금피크제+근로시간 단축권 도입 추진
-2015년 5월 : 대한노인회, 65세→70세 상향 공론화
-2016년 12월 : 박근혜 정부, 노인 연령 상향 연구 진행
-2017년 3월 : 정부, 연령 상향 논의
-2019년 1월 : 박능후 장관, 70세로 점진적 상향 제안
-2020년 8월 : 문재인 정부, 경로우대 연령 상향 논의
-2022년 9월 : KDI, 2025년부터 10년에 1세 정도 노인 연령 상향 제안
-2023년 : 서울시와 대구시 등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
대구시와 서울시, 연령 상향 제안
지난 2일 대구시가 현재 65세로 되어있는 도시철도 무상 이용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다음 날인 3일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며 연령 기준 개편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특히, 오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인상과 연령 상향을 묶어서 논의에 부쳤습니다. 지하철 적자 원인으로 무임승차를 지목했기 때문인데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당기순손실 9644억원 중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은 2784억원으로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릴 경우 연간 손실이 1524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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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과 반대 논리 비교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비단 지하철 무임승차 뿐 아니라 연금, 정년 연장 등 복지 전 분야에 맞물려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찬성과 반대 논리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찬성 측 의견 : 한국에서 노인 연령에 대한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보통은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만 65세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노인 연령' 기준이 그대로라는 의미입니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66.1세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4.1세(2022년 기준)로 무려 18세 늘어났습니다. 또 한국 사회는 오는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 20% 이상)에 접어들 예정입니다. 노인 부양률이 점점 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노인 연령 상향은 연금기금 등을 포함해 악화한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생산인구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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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측 의견 : 노인 연령 기준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노인빈곤율(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 때문인데요.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38.97%로 OECD 국가(OECD 평균 13.5%) 중 1위입니다. 현행 만 60세에 은퇴한 노인들이 만 62세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최소 2년간은 소득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데, 노인 연령을 더 높인다면 소득 공백은 더욱 길어지게 됩니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 46.6명) 역시 OECD 국가(평균 17.2명) 중 압도적 1위인데요. 경제적 빈곤이 자살률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청년 일자리 문제도 있습니다. 노인 연령 상향은 청년들의 일자리 진출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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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 생산연령인구 OECD ‘꼴찌’
오는 2070년이면 대한민국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대한민국의 생산연령인구는 3637만9000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오는 2038년에는 3000만명 아래로 떨어집니다. 2062년엔 1985만5000명으로 급감하고, 2070년 생산연령인구는 1736만8000명까지 줄어듭니다. 2060년에는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2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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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노인 연령 점진적 상향 주장
정부 씽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포커스(FOCUS)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를 내고 노인 연령에 대해 점진적 상향조정론을 내놨는데요. 부양 부담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25년부터 10년에 1세씩 점진적으로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것입니다. 이태석 KDI 연구위원은 "많은 노인복지 정책들이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노인 연령이 상향되면 정책 대상이 줄기 때문에 같은 예산으로 더 두꺼운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기사
노인 연령 기준 해외 사례
노인 연령 기준과 관련한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부분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이 크게 차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정년은 만 60세, 연금 수령 나이는 만 62세 이상입니다.☞관련기사
-미국 : 정년 폐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 66세
-일본 : 국민·후생연금 수급 개시연령 65세. 정년 65세→70세 추진
-독일 : 2029년까지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연령·정년 65세→67세 상향☞관련기사
-영국 : 정년 폐지. 연금 수령 65세→68세
-프랑스 : 연금 수령 2023년 62세→64세 추진. 정년 67세 추진
정치권 입장
노인 연령 상향과 관련한 논의에 대해서 현재는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지하철 무임승차와 관련해서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논의를 모든 분야로 확장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관련기사
-정부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서울시 업무이므로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빚을 내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데, 지자체가 어렵다고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 구조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자체가 자율로 노인 연령을 높일 수 있는 사안이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 십 년 전에 정해진 65세라는 기준이 맞는지, 연령 상한을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힌 반면 윤상현 의원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 논의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 박홍근 원내대표는 “중앙정부가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을 보전·지원하는 공익서비스의무(PSO)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국가 정책으로 시작된 무임 수송인만큼 정부는 국비지원을 통해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인들은 72.6세로 생각해
서울시는 6일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조사결과에 다르면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였습니다. 법적 기준 연령인 65세보다 7.6세 더 높았는데요. 서울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중 1955∼1957년생이 포함돼 노인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73.5세로, 만 65∼69세가 35.1%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일하는 노인 비율은 41.6%로 2018년보다 6.5%포인트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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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대해 논의되어 왔지만 선거, 노인 일자리 부족, 각계 반발 등 여러 이유로 모두 흐지부지된 바 있습니다. 이번 노인 연령 상향 논의도 정부와 여야 모두 '지하철 무임승차'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어 추가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24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현재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계속고용 로드맵’을 통해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등 55~64세 고용률을 끌어올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계속고용 로드맵’과 국민연금 개혁까지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 후에나 다시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결 과제없이 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