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 자유가 후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언론 자유가 나아졌다'는 응답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습니다.
17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7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3%가 윤석열정부 들어 '언론 자유가 후퇴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31.0%는 '언론 자유가 나아졌다'고 응답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9.7%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현 정부의 조치가 곳곳에서 이뤄지면서 이번 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3일 관저 결정에 천공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한 본지 기자를 비롯해 '한국일보' 기자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대통령실이 기자들을 직접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정부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행사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 날리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MBC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는데,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 등 여러 자리에서 발언할 때마다 '자유의 가치'를 강조했는데 실제 행보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든 연령·지역서 '언론자유 후퇴했다' 평가 우세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세대에서 60% 이상이 '언론 자유가 후퇴했다'고 바라봤습니다. 특히 20대(18~29세)에서는 언론 자유가 후퇴했다는 응답이 67.0%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20대 '나아졌다' 24.3% 대 '후퇴했다' 67.0%, 30대 '나아졌다' 28.6% 대 '후퇴했다' 64.3%, 40대 '나아졌다' 28.0% 대 '후퇴했다' 65.9%, 50대 '나아졌다' 30.6% 대 '후퇴했다' 62.2%로, '후퇴했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보수 지지세가 높은 60대 이상에서도 '나아졌다' 37.8% 대 '후퇴했다' 46.8%로, '후퇴했다'는 응답이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에서 '언론 자유가 후퇴했다'는 평가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호남에서는 '후퇴했다'는 응답이 70%를 넘었고, 보수의 심장부인 영남에서도 '후퇴했다'는 의견이 높았습니다. 광주·전라는 '나아졌다' 15.3% 대 '후퇴했다' 74.3%였습니다. 이어 대구·경북(TK)은 '나아졌다' 41.1% 대 '후퇴했다' 48.3%, 부산·울산·경남(PK)은 '나아졌다' 37.7% 대 '후퇴했다' 53.4%로 나왔습니다. 이외 서울은 '나아졌다' 32.5% 대 '후퇴했다' 58.9%, 경기·인천은 '나아졌다' 27.7% 대 '후퇴했다' 62.4%, 대전·충청·세종은 '나아졌다' 37.8% 대 '후퇴했다' 51.5%, 강원·제주는 '나아졌다' 20.8% 대 '후퇴했다' 68.1%로, '후퇴했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습니다.
지난해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층 56.5%·국민의힘 지지층 63.5% '언론자유 나아졌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도 '나아졌다' 26.3% 대 '후퇴했다' 60.7%로, '후퇴했다'는 응답이 60%를 상회했습니다. 진보층에서도 '나아졌다' 7.3% 대 '후퇴했다' 87.7%로 압도적으로 '후퇴했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반면 보수층은 '나아졌다' 56.5% 대 '후퇴했다' 32.6%로, 절반 이상이 '나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나아졌다' 63.5% 대 '후퇴했다' 22.1%, 민주당 지지층은 '나아졌다' 3.2% 대 '후퇴했다' 94.1%로, 윤석열정부의 언론 자유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입니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38명이며, 응답률은 3.4%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습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