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운임 폭락에 이어 시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가 선박 공급량을 줄이며 수급 조절에 나섰습니다. 해운사들은 기존 선박들의 감속운항을 통한 공급 완화법과 코로나19 시기 최저 수준이던 선박 해체량을 늘리는 등 급감한 수요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21일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체 규모가 35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는 지난해(1만904TEU) 대비 약 32배 급증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 시기 이전 10만TEU대를 유지하던 컨테이너선 해체량은 코로나19 특수로 인해 지난 2021년과 지난해 1만TEU대로 10배 이상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컨테이너선 해체 선박은 총 6척입니다. 특히 지난해 9월까지 폐선된 선박은 1척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8월 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글로벌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 해체에 나섰습니다. 대만 해운업체 완하이라인은 1088~1368TEU급 선박 10척을 해체 처분했고, 또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역시 1092TEU급 선박과 1748TEU급 선박 2척을 각각 폐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해운업계도 코로나 호황기에 폐선하지 않고 운항해온 노후선박의 폐선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처분하며 수급을 조절할 계획입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선박은 20~25년이 지나면 유지보수비용이 증가해 폐선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지난 2,3년동안은 운임 강세로 인해 컨테이너선 해체가 거의 없었다"며 "진작 폐선해야할 선박들이 올해 한꺼번에 처분돼 컨테이너선 해체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호황기 시기에 증가한 컨테이너선 발주가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본격 선사에 인도될 예정"이라며 "이같은 공급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조기폐선을 고려한 선박 해체로 기존 선대의 5% 감소효과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공급완화는 감속운항입니다. 감속운항은 기존 선박들의 운항속도를 줄여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사용되는 선박수를 늘려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현실적인 대응방법으로 불립니다.
이 관계자는 "올해부터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해운사들이 이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감속운항"이라며 "컨테이너선의 경우 속도를 올릴 때 그만큼의 에너지량이 들어가기 때문에 속도를 줄여 에너지량을 낮추면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속운항의 추가적인 효과는 속도가 줄어든 만큼 선박 도착시간이 늦어지게 된다"며 "이로써 기존 항로에 들어가는 선박량을 늘리게 되는데 이는 선복량 감소와 동일한 효과로 공급이 감소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