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김유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 3사 과점 구도를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암암리에 행한 담합도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한 사례가 많아 근본적인 해법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26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13만491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12만8467원과 비교하면 약 5% 올랐습니다.
최근 3년간 가구당 통신비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입니다. 2022년 연간 지출은 12만8167원으로 집계됐고 2021년 12만3815원 2020년 11만9775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현재 과점 시장 체제 해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현 통신 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시장 점유율 83%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제한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 갑질'을 민생 문제로 지적하며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유발하는 과점 체제의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실히 강구하라"고 공정위에 지시했습니다.
공정위는 우선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분석에 나설 계획입니다.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공정위는 매년 선제적으로 시장 분석에 나서는데, 올해는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 시장이 대상입니다. 시장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은 이르면 다음달께 발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단말기유통법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현행법에서는 대리점·판매점의 추가 지원금 상한이 공시지원금의 15%인데 30%까지 늘리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방통위는 이런 내용의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26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13만491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12만8467원과 비교하면 약 5% 올랐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통신사 대리점. (사진=뉴시스)
이 밖에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 속도를 부풀려 광고한 혐의에 대해서 면밀히 심사하고, 사업자 과실로 통신 장애가 생긴 경우 2시간 미만이라도 소비자에게 배상하도록 약관을 시정할 계획입니다.
다만 공정위의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전에도 추진해온 내용들이어서 '재탕'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문제는 요금제"라며 "단말기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는 게 독과점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인지는 애매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신사들이 암암리에 담합하는 행태를 제대로 처벌하고 요금제를 다양화하도록 기준을 제시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가 통신사 담합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5년간 이동통신 3사 관련 담합 의혹 6건을 조사했으나 이중 4건은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담합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처분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20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TF 첫 회의에 참석해 "요금 구조나 종류를 보면 사전 담합이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담합이 형성되는 분위기는 없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통신 분야에서 알뜰폰 시장 경쟁을 더 강화하겠다"며 "불공정약관 개선은 금융과 통신의 경쟁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며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26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13만491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12만8467원과 비교하면 약 5% 올랐습니다. 사진은 공정위 세종청사.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김유진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