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파올로 젠틸로니(Paolo Gentiloni) 유럽연합(EU) 재무장관을 만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통상 정책 도입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당부했습니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장관에게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26일 기재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인도 벵갈루루(Bengaluru)에서 열린 '2023년도 제1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인도, 호주, 미국, EU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도 양자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24일에는 2023년 G20 의장국인 인도의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 재무장관과 면담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제금융체제 실무회의 공동 의장국으로 다자개발은행 개혁, 기후 변화 대응 재원 등 올해 의장국의 관심 과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인프라 분야 중점 의제 중 하나인 '미래도시' 논의 과정에서 서울을 우수 사례로 소개할 수 있도록 인도 측의 관심을 요청했습니다. 인도 측은 '미래도시' 논의를 추진하면서 서울과 런던을 우수 사례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튿날에는 짐 차머스(Jim Chalmers) 호주 재무장관, 옐런 미국 재무장관, 젠틸로니 EU 재무장관과 면담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호주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희토류,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호주와의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최대 LNG 수입국인 호주가 앞으로도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달라고도 주문했습니다.
이어 추 부총리는 옐런 재무장관과 만나 한·미 양국의 양·다자 현안과 양국 간 공급망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IRA에 대해 그동안 양국 간 이뤄진 논의를 높이 평가하고,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가이던스를 상기시켰습니다. 추 부총리는 미국이 발표할 핵심 광물·배터리 부품 가이던스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계속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 가이던스가 한국 기업들에게 보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젠틸로니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CBAM을 비롯해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등 최근 EU가 발표한 통상 정책의 도입 배경, 입법 현황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외 기업에 실질적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전달하고, 법안 구체화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CBAM 하위 규정 마련, 탄소중립산업법·핵심원자재법 입법 등 정책 구체화 과정에서 EU 내 논의 동향을 공유하고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를 계속해 나가자고 주문했습니다.
'제1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 벵갈루루를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현지 시각)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EU)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습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는 총 3개 세션으로 구성돼 8개 의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 대부분 회원국은 '국제금융체제' 의제를 중심으로 발언했습니다. 회원국들은 취약국 채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G20에서 추진 중인 저소득국 채무재조정의 신속한 이행과 성과 도출을 촉구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선도발언을 통해 "최약국의 연쇄적 위기가 국제 금융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취약국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국제금융체제 회복력 제고를 올해 주요 의제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회원국들은 '지속가능금융' 의제에서는 기후금융 활성화가 중요한 것에 의견을 모으고 민간 재원 참여 활성화를 논의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지속가능금융 이슈와 관련해 저소득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송도에서 출범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의 2차 재원 보충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회원국들은 '세계경제' 의제에 대해서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다소 개선됐지만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것과 함께 세계 경제 분절화 등으로 하방 위험이 크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서 통합을 기본 방향으로 견지하면서 세계 경제 분절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식량 위기 해결에서도 이러한 접근이 기초가 돼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어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조속한 저탄소 경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2023년 G20 의장국인 인도 체제하에서 개최된 첫 재무장관 회의로 올해 논의할 주요 의제와 방향을 설정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특히 올해는 21세기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개발은행 개혁, 취약국 채무 부담 완화, 식량·에너지 위기 영향과 정책 방향, 기후 변화 대응 등이 중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주요국 간 이견으로 진척이 더뎠던 저소득국 채무재조정과 관련해 현재 채무재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잠비아·에티오피아·가나에서 채권국 간 논의를 진전하기로 합의하는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향후 G20 논의를 통해 주요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와 세계 경제 동향과 위험 요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과 기후 변화, 에너지·식량 위기 등 극복에 적극적으로 공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후(현지 시각) 인도 벵갈루루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중 '제3세션: 세계경제, 보건, 국제조세'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