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1월 CES에서 자취를 감췄던 화웨이가 MWC로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부스 면적이 9000㎡(2722평)로, 참가하는 2000여개 기업 중 가장 큽니다. 단면적을 기준으로 볼 때 1745㎡인 삼성전자 부스와 단순 비교하면 5배가량 더 넓지만, 사전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비즈니스 공간인 화웨이 통신장비 전시공간의 경우 2층으로 설계해놨습니다. 사실상 5배보다 더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웨이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상당합니다. 방문자 등록자가 개막 첫날 기준 1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MWC2023에는 약 8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건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WC2023 화웨이 부스. (사진=뉴스토마토)
미국 제재에 사업방향 틀어…지난해에만 매출의 29% R&D 투자
화웨이가 CES를 불참한 것은 미국 제재의 영향입니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국 정부의 여러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장정쥔 화웨이 아시아태평양 대외협력·홍보부문 부사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관 제 1홀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화웨이의 전반적인 사업 방향성에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디지털 파워나 스마트카(자율주행), 클라우드 분야 등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중국의 전기차 출하량을 비롯해 전기차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중국도 저탄소나 탄소절감에 명확한 목표가 있다"며 "이러한 시장에서 추후 더 많은 매출을 확보하거나 다양한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정쥔 화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외협력 및 홍보 부사장. (사진=화웨이코리아)
사업 방향을 전환하며 무역제재라는 대외 리스크 속에서도 화웨이는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정쥔 부사장은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단말, 스마트폰 등 사업부문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그럼에도 10년 간 R&D에 23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끊임없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화웨이의 예상 매출은 약 920억달러이며, R&D에만 29%에 달하는 약 270억 달러를 투자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장정쥔 부사장은 "R&D 투자를 통해 선도적인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며 "연결성,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말기, 퍼블릭 클라우드, 인텔리전트 오토 모바일, 스마트카 분야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파워 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는데, 디지털 파워 부문의 경우 인프라는 물론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각 국가의 수요가 잇따르고 있는 분야입니다.
올해 MWC서 내세운 건 'GUIDE'
이번 MWC 행사의 주제는 '지능형 세상으로의 가이드(GUIDE to the Intelligent World)'입니다. 가이드는 △기가비트 이니셔티브 △초자동화 △지능형 멀티 클라우드 연결 △차별화된 경험 △친환경 발전으로 정의됩니다. 상호 연결과 친환경 스마트 기술의 심층적인 융합을 가속화 하고자 하는 화웨이의 목표를 담아냈습니다.
장정쥔 부사장은 "최근 화두인 챗GPT와 같은 신기술과 디지털 요구사항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능화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늘어나는 데이터량과 더 높은 컴퓨팅 능력이 요구되면서 이러한 기술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가이드라는 것입니다.
특히 기가비트 이니셔티브는 지금의 기가비트 수준에서 10기가비트를 거쳐 테라비트로 진화하는 데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입니다. 화웨이는 초당 10기가비트 속도가 가능한 5.5G 서비스를 2025년부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네트워크 부문의 자동화를 비롯해 연결성도 중요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컴퓨팅은 물론 데이터센터까지도 AI와 같은 기술이 중요하다"며 "데이터센터 측면에서는 스토리지 등 데이터를 다루는 부분까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WC2023 화웨이 부스에 5.5G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픈랜엔 중립…"기술적으로 접근할 것"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오픈랜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상호 연동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어느 기업이 만든 장비를 쓰든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이종 장비간 호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통신장비 시장 내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극복하고자 현재 미국이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정쥔 부사장은 "새로운 기술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오픈랜은 LTE 시대와 마찬가지로 5G 시대에서도 또 다른 기술적인 부분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며 "우리는 오픈랜 관련 기술에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