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의 차기 대표 후보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확정됐습니다.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되면 4번째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나오게 됩니다. 통신업계에서는 낙하산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업의 본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여권에서는 최종 면접에 임한 후보 4인 중 가장 비판적이었던 윤 사장을 이사회가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10.12%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을 통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2002년 민영화된
KT(030200)는 초대 CEO 이용경 전 사장 이후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 황창규 전 회장, 구현모 사장 등 5명의 CEO가 역임했습니다. 이중 내부 출신으로 불리는 인사는 이용경 전 사장, 남중수 전 사장, 구현모 사장입니다. 이용경 전 사장은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으로 부임, 이후 한국통신프리텔, KTF 대표 자리를 거쳤습니다. 남중수 전 사장은 한국전기통신공사에 입사해 KT 재무실장, KTF 대표 등을 지냈습니다. 구현모 사장은 남 전 사장 이후 12년 만의 내부 출신 CEO로 주목받았습니다.
KT 사옥 로고. (사진=뉴시스)
차기 대표 후보자인 윤경림 사장은 2006년 KT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신사업추진본부장으로 입사해 2008년 인터넷(IP)TV 출시에 공을 세웠습니다. 이후 CJ로 옮겼지만, 2015년 황창규 전 회장이 윤 사장을 재영입했고, 2019년까지 5년간 미래융합추진실장(부사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부사장)을 맡았습니다.
현대차(005380)로 자리를 옮겼지만 구현모 사장이 2021년 그룹차원의 미래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영입했고, 현재 KT에서 근무 중입니다. 윤경림 사장에 대한 내부평가는 "구현모 사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업 전략을 함께 공유한 인물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성과를 이끌었다"는 우호적인 세력도 있는 반면 "구현모 체제의 연장을 선택해 CEO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으로 엇갈립니다.
통신업계를 중심으로는 내부 인사가 대표 후보자로 오른 것에 대해 민영화 이후 일보전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 속에 낙하산이 아닌 내부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후보자가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며 "KT로서는 주주를 근본으로 한 자율경영의 틀을 갖게 되는 계기를 확보하는 데 한발 더 나아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올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이 업의 본질 자체를 훼손시키는 경우의 수"라며 "향후 조직 개편은 있겠지만, 업의 본질 자체는 지켜나가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T 차기 대표 후보자 윤경림 사장. (사진=KT)
통신업계의 기류와 달리 여권에서 KT 차기 대표 인선 과정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따갑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차기 대표 인선이 내외부 전문가들의 공정한 경쟁 없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경림 사장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하며 '구현모 사장의 아바타'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내부 특정인을 이해관계 속에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여권도 KT 차기 대표 후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주주총회의 키를 쥔 국민연금도 기존 주장대로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경림 사장이 후보자로 선정된 후 소감문을 통해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를 과감히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타협점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재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여권에서는 차기 대표 후보군을 이익집단으로 보고 있는데, 다소간 차이는 있겠지만 숏리스트에 오른 4인 중 누가 최종 후보가 됐든 반대에 나섰을 것"이라며 "회사가 잘 되게 할 사람이 누구인가만 놓고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약자로서 최선이자 정석대로 내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