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우여곡절 끝에 차기 대표 후보자를 확정한
KT(030200)가 사외이사의 연이은 사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습니다. 구현모 현 KT 대표와 차기 대표로 내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배임혐의로 고발됐습니다. KT는 정면반박에 나섰지만, 향후 차기대표 선임까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습니다.
KT 사외이사로 내정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10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KT는 이날 이같은 사실을 주주총회소집결의 기재정정을 통해 공시했습니다.
KDB생명보험 대표이사로도 추천된 임 고문이 두 업무를 모두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지만,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후임으로 지명된 윤 사장에 대한 여권의 반발 기류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임 고문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은 적 있는 친윤파로 통합니다.
앞서 KT 사외이사들은 잇따라 사퇴했습니다. 지난 1월13일 이강철 사외이사가 사임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벤자민홍 사외이사가 물러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사퇴 사유로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여권과 KT의 불편한 기류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외이사들의 줄사퇴 외에도 악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구 대표와 윤 사장이 배임혐의로 고발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지난 7일 두 사람이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향응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구 대표와 윤 사장이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습니다.
일련의 사태로 업계에서는 여권의 KT 압박이 지속되는 모양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윤 사장이 차기 대표로 선임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절차상으로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일정만 남겨놓은 상황입니다.
이에 KT는 입장문을 통해 정면 반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KT는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과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KT와 KT텔레캅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를 적용받는 만큼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KT는 또 윤 사장이 '현대차와 에어플러그 인수 후 모종의 역할을 한 공을 인정받아 KT에 재입사했고, 구 대표가 현대차에 지급을 보증했다'라는 의혹에는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윤 내정자는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KT나 구 대표가 에어플러그 인수를 위해 현대차에 지급보증 한 바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KT는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직원들을 동원해 중요한 경영 관련 자료 등을 삭제하고 있다'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임직원 PC에서 경영 관련 자료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있었거나 실행한 바 없다"며 "이날 임원회의에서 관련 자료를 숨기는 시도 등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일정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