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일제지(078130)가 지분 매각 후 곧바로 회생절차에 들어가 ‘먹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앞서 체결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계약 직후 양수인(디케이원)이 확보한 지분 전량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섭니다. 일각에선 최우석 국일제지 대표가 지분 매각에 앞서 미공개정보이용 불공정거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식양수도계약 공시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공시 자체가 지분 매각을 정당화하기 위한 허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국일제지, 주식양수도계약 허위 공시 의혹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지난 8일 스포츠용품 도소매 업체 ‘디케이원’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당 양도가액은 1118원으로 디케이원은 계약체결 당일 1차 계약금으로 98억원을 납부. 988만5000(7.75%)주의 국일제지 주식을 확보했습니다.
최 대표의 주식 양수도 계약을 두고 시장에선 여러 의혹을 내놨습니다. 국일제지 주가는 계약 직전 2200원대에 거래됐는데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는커녕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주가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한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크게 하락. 당일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최대주주의 주식양수도계약 직후 최 대표와 디케이원이 지분을 장내에 매도했다는 점입니다. 국일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8일 최 대표는 745만5000(5.84%)주를 장내에 매도했습니다. 디케이원은 지난 7~8일 최 대표의 지분 7.75%를 받아 갔는데요. 1차 계약금 주식양도가 끝난 다음날 디케이원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에서 대량의 매물이 출회됐습니다. 9일 한 기타법인에서 808만5000주가 하루만에 출회됐고, 직전 5거래일 같은 기타법인으로부터 180만주가 매도됐습니다. 이는 디케이원이 1차 계약금을 지급하고 받아간 988만5000(7.75%)주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잔금 납부 전에 양수인과 양도인이 동시에 함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대표와 디케이원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면서 법무법인 계좌에 양수도대금을 예치하는 에스크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국일제지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디케이원이 요청한 이사·감사 선임 및 정관변경이 완료된 이후 주식을 양도하기로 했죠. 그러나 일부 매매대상 주식은 잔금이 채 지불되기도 전에 매도됐죠. 잔금납부 전 계약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양수도계약 등 계약철회는 철회 사유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가른다”며 “계약이파기된 것을 회사가 미리 인지한 상황에서 이를 숨겼을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 대표-디케이원' 동맹…계약 채결 직후 지분 매각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회생신청 직전에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케이원을 이용해 허위공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회생신청 공시 전 주식매도를 정당화하기 위해양수도계약 체결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국일제지의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이전부터 최 대표는 국일제지의 부도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미 지난 6일부터 최 대표의 지분 일부가 ‘기한이익상실’로 반대매매됐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는 ‘더하기커런시대부’를 비롯해 몇몇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6~8일 더하기커런시대부의 이경범 대표는 국일제지 주식 625만1387주(4.90%)를 매도했습니다. 매도 사유는 ‘기한이익 상실로 인한 담보주식 등의 처분’(반대매매)입니다.
6일부터 반대매매가 실행됐지만, 최 대표는 지난 8일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8일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745만5000주를 장내매도했죠. 디케이원 역시 7~9일 1차 계약금에 대한 988만5000주를 장내에 매도했습니다. 최 대표와 디케이원이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공개정보이용 불공정거래가 성립되기 위해선 주식거래와 미공개정보의 연관성이 중요하다”며 “미공개정보 때문에 주식을 팔았는지, 아니면 원래 팔려고 했는데 회생신청 공시가 나온 것인지, 결국 인과관계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디케이원은 2016년에 설립됐으며 김정란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데요. 작년 10월 기준 사원 수는 고작 3명에 불과합니다. 자본총계 5억원에 연 매출도 5억원에 불과하죠. 국일제지 주식 양수도 대금 357억원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체결 직후 양수인과 양도인이 모두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양수도인 모두 잔금 납입 전 주식 매매나 반대매매 사실 등을 귀책 사유로 잡아 계약을 해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최 대표 200억 현금화
최 대표가 기업회생 신청 직전 지분을 매각한 것과 관련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로 불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 대표는 주식양수도계약 1차 계약금을 포함해 장내매도로 200억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디케이원 역시 주식양수도계약으로 저렴하게 받아온 지분을 장내매도해 22억 가량의 차익을 거뒀죠.
최 대표와 디케이원은 국일제지 주식을 1340~1360원 수준에 매도했는데요. 거래정지 직전 주가는 800원입니다. 최 대표와 디케이원은 40%(92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같은 기간 물량을 받아낸 개인투자자들은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앞선 금감원 관계자는 “미공개정보이용에서 중요하게 판단되는 것은 해당 정보가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인가”라며 “기업 회생신청의 경우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로 볼 수도 있는데, 이를 최대주주가 미리 파악해 매도했다면 미공개정보이용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적용을 위해선 주식거래와 미공개정보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앞서 악재성 공시 이전에 최대주주 등이 지분을 매각했던
신라젠(215600)과
제이에스티나(026040) 등은 모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주식양수도계약과 관련해 국일제지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