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행 만드는 상폐 위기 기업의 유증

시가 대비 저렴한 신주 발행에 주가 급락
금감원 "발행가 산정 방법 공개는 기업 자율"

입력 : 2023-02-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으로 주권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이 향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지 기간 시가보다 저렴하게 발행된 신주 때문인데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 주가가 50~80%씩 급락했죠. 저렴한 신주 발행은 기존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의견 비적정과 매출액 미달, 불성실공시법인 등의 이유로 거래가 정지된 비디아이(148140)는 최근 10대 1, 4대 1의 감자와 함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법원에서 회생계획을 인가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한국남동발전과 건설공제조합 등이 회생채권 담보권자로 결정됐습니다. 한국남동발전은 주당 500원에 320억 가량을 출자전환 받아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변제가 완료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주주들은 벌써 오버행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회생채권 변제와 정상화 과정에서 이뤄질 자금조달을 우려해섭니다. 실제 기업회생에 들어간 기업들 대부분이 회생과정에서 이뤄진 자금조달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각각 기업회생계획을 인가받은 비츠로시스(054220)와 이엠앤아이(083470) 역시 거래가 재개된 작년 7월과 11월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재까지 주가가 각각 85.20%, 62.29% 급락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회생기업들의 자금조달이 거래재개 이후 주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발행가액의 산정 기준 때문입니다.
 
유증의 신주 발행가격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일반공모는 시가의 최대 30%, 3자 배정은 최대 10%까지 할인이 가능합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래정지 기업들의 경우 이 같은 ‘하한선’이 없습니다. 시가가 없는 종목으로 판단해 유사한 상장사의 시가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발행가를 결정됩니다.
 
실제 이엠앤아이의 경우 거래재개 첫날 800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거래정지 기간 발행한 신주는 모두 500~1000원 사이로 발행했습니다. 비츠로시스 역시 첫날 567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신주를 1500원에 발행했죠. 두 기업 모두 거래재개 첫날 저렴하게 발행된 신주 물량이 풀리면서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거래가 재개된 신라젠(215600) 역시 거래정지 기간 3200원에 발행한 유상증자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죠. 
 
(그래픽=뉴스토마토)
 
감자와 함께 이뤄지는 유증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감자 이후 액면가에 대규모 신주가 발행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율까지 크게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소액주주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주를 받은 투자자들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거래정지 기업들의 발행가액 산정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거래정지기간 저렴하게 발행된 신주는 향후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에 부담을 주고 주식가치 희석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근거 등이 공시된다면 시장의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거래정지 기업의 발행가 산정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정지 기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발행가 산정의 기준이나 비교 기업 등을 따로 공시해야할 의무는 없다”면서 “회사가 자율적으로 공시하지 않는다면 일반 투자자들이 이런 정보를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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