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감사제 갈등 심화…"정보 이용자 입장 고려해야"

"투명성" "비용 부담" 입장 차 팽팽
금융위 올 상반기 내 개선책 도출

입력 : 2023-03-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자본시장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시행 4년도 안 돼 재계의 거센 반발로 변경 기로에 놓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투자자 입장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꾸린 '회계개혁 평가·개선단'을 통해 올 상반기 내로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기업·회계법인·학계 등이 참여하는 추진단은 합리적인 개선방안 도출을 위해 정례 회의를 개최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 중인데요. 
 
재계와 회계업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이를 완화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과 함께 감사 시간과 보수 증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논의가 기업 입장과 감사 측면에 집중돼 있고 실질적으로 해당 정보를 이용하는 투자자 등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실질적으로 제도 도입을 통해 정보이용자들에게 어떤 편익과 효용성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회계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한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도가 견제와 감시 기능에 의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도입 전후로 감사 품질의 극명한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 체감하기 힘들지만 당국 감리 결과 등에서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국내 '빅4' 회계법인과 중견 법인은 세부적인 입장 차이는 있어도 회계 투명성 높이기 위해 시행 4년 차에 제도 완화나 폐지는 성급하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외부 감사인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독립적 감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지요. 또, 감사인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엄격하게 감사하니 비용과 시간 증가는 필연적이라는 겁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의 감사업무는 기업의 편의를 높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하고 신뢰있는 회계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면서 "특히 중소회계법인의 경우 품질관리 투입하는 비용도 늘리고 인력 확충 등에도 공을 들이며 기반을 다졌는데 제도가 바뀌면 그간의 노력은 매몰비용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학계에서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가진 우리나라 기업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종성 숙명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전적으로 확보된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감사위원이나 사외 이사들이 경영진을 충분히 견제할 만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정감사제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단행한 회계개혁의 핵심 제도로, 2019년 발효돼 2020년 회계연도부터 시행됐습니다. 기업이 특정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으면 분식회계 위험이 커 한 회사가 6년 동안 동일한 감사인을 선임한 경우, 이후 3년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게 한 제도입니다. 
 
재계는 부작용이 큰 지정감사제를 폐지하고 내부고발 및 감리 강화, 감사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9일 금융위원회에  감사품질 저하 등 부작용을 지적하며 제도 페지를 요청했습니다. 감사인-피감기업간 유착관계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돼 품질이 떨어지는 한편 기업 규모와 회계법인 규모에 따른 피감기업과 지정감사인 간의 기계적 매칭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관련 민ㆍ당ㆍ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홍연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