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죽쑤는 KB증권…공모가 담합 의혹까지

올 상반기 IPO 실적 '0' 전망
공모가 담합 사실 확인되면 향후 대형딜 어려울듯

입력 : 2023-03-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이 올해 들어서는 단 한건의 IPO 실적도 챙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에서도 KB증권이 주관하는 곳이 없어 올해 상반기 IPO 실적은 전무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IPO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KB증권이 주관했던 IPO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KB증권이 주관했던 더블유씨피(393890) IPO 과정에서 공모가 담합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공모가 담합 의혹이 사실이라면 KB증권의 향후 대형딜 주관이 힘들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IPO시장 신흥강자 KB증권, 올해 IPO 주관 실적 '전무'
 
(표=뉴스토마토)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단 한건의 IPO도 주관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공모금액 400억원 규모의 KB24호스팩 공모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지난 9일 기관 수요 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KB증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 공모금액(12조7500억원)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WCP(4320억원)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IPO 시장 전통강자인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주관 성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총 8건의 IPO를 주관하면서 공모 총액 13조4479억원을 기록했고 주관 실적 3조3975억원을 거뒀죠.
 
반면 올해 상반기 중 KB증권의 IPO 주관실적은 ‘0’건에 그칠 전망입니다. KB증권은 올해 두산로보틱스, 휴맥스모빌리티, LG CNS 등과 IPO 주관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재까지 거래소의 예비심사도 청구하지 않은 만큼 상반기 중에는 상장이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KB증권이 부진한 틈을 타 다른 증권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총 3건(오브젠(417860), 제이오(418550), 나노팀(417010))의 IPO를 주관했으며 미래에셋증권(한주라이트메탈(198940), 스튜디오미르(408900)) 키움증권(꿈비(407400), 샌즈랩(411080))도 각각 2건의 주관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밖에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성공적으로 상장 일정을 완주하고 있습니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환경을 면밀히 살피며, 중소형 딜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진행중인 빅딜로 LG CNS와 두산로보틱스 등을 진행중이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두산로보틱스는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KB증권,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 5곳을 선정했으며, 휴맥스모빌리티, LG CNS는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한바 있습니다.
 
KB증권, WCP IPO에서 공모가 담합 유도 논란
 
KB증권이 올해 IPO 주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진행한 IPO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수요 예측을 실시했던 WCP의 IPO 과정에서 KB증권이 공모가 담합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WCP는 수요예측 부진으로 당시 희망공모가밴드(8만~10만원) 하단보다 낮은 6만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는데요. 당시 6만원 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기관투자가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실상 공모가를 6만원보다 더 낮추거나 공모를 철회했어야 하는데 공모가를 6만원선에 맞추기 위해 여론몰이를 했다는 지적입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수요예측을 진행할 당시 기관투자가들에게 특정 가격을 써달라고 요구했다”며 “5만원대에 가격을 쓴 기관투자가들에게 재차 전화를 돌려 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만원대에 공모했으면 흥행했을 딜인데 무리하게 공모를 진행했다”며 “WCP 배정을 많은 받은 순으로 희망자에 한해 올해 상장하려했던 KB스팩24호 공모가의 반값으로 들어갈 수 있는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 기회를 부여하려했다”고 밝혔습니다.
 
WCP의 경우 어렵게 상장에 성공했으나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일(22일) WCP는 4만34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는 공모가 대비 27.67%하락한 수치입니다. 특히 WCP는 상장 이후 한차례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는데요. 무리하게 배정을 받은 기관투자가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WCP의 공모 실패가 KB증권의 향후 IPO 진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WCP 흥행실패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외 대형딜 경험이 전무했던 KB증권의 예견된 참사였다”면서 “WCP의 실패는 KB증권의 향후 대어 진행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KB증권은 WCP IPO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KB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가격을 제시하는 기관이 1000~1500곳이 넘고 일정 주식수량들을 계산해서 공모가가 정해진다”며 “특정 가격에 투자할 용의가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기간에 수량과 가격을 넣어 공모가가 결정되는데 주관사가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수요예측 기간 이후에 추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추가로 수요예측을 하기 위해선 정정공시를 해야하는 부분”이라며 “공모가에 추가로 청약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수요예측 기간 이후 추가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진=KB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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