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사의 공식 표명…KT 이사회 설득도 무용지물

윤경림 사장 "새로운 대표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
여권 공세에 대통령도 투명한 거버넌스 강조, 검찰 수사까지 겹쳐
"전방위 압박에 버티기 쉽지 않아"
긴급 이사회 소집 방향성 결정할 듯

입력 : 2023-03-27 오전 11:21:2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차기 대표로 내정된 KT(030200)의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인 윤경림 사장이 후보자 사퇴를 공식화했습니다. 지난 22일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사의 의사를 내비친 이후 KT 이사회가 설득에 나섰지만, 27일 오전 후보자 사퇴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27일 KT는 윤경림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전했습니다. 
 
윤경림 사장은 공개경쟁공고를 통해 차기 대표 선임이 재추진된 이후 18명의 사외후보자와 16명의 사내후보자(구현모 대표 포함)와 경합을 통해 지난 7일 이사회 면접을 통해 최종 대표 후보자로 선출된 1인입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로서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디지털전환(DX)사업 가속화와 인공지능(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습니다. 이에 이사회도 지난 주말까지 KT를 위해 버텨달라며 사퇴 의사를 필사적으로 만류했지만, 끝내 사퇴의사를 꺾진 못했습니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사진=KT)
 
윤 사장의 차기 대표 후보 사퇴는 여권을 중심으로 선임 과정부터 지속된 정치권 공세를 비롯해 최근 시작된 검찰의 수사 착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33인의 KT 차기 대표 지원자 중 최종 4인을 압축한 숏리스트 발표 직후부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최종 후보 4인 중 KT 외부 인사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이권 카르텔'이라고 바판해왔습니다. 대통령실도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압박했습니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까지 더해졌습니다. 시민단체가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에 대해 배임·일감 몰아주기 등 혐의를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방위 압박 속에서 마냥 버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되자마자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최대주주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을 설득해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외압에 무용지물로 끝난 격입니다. 윤경림 사장은 후보자로 선정된 후 이튿날 지배구조개선TF(가칭)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배구조개선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여권과 합을 위해  윤석열 대선캠프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윤 대통령 충암고 동문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에 내정했지만 이들마저도 사퇴했습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포기에 이어 윤경림 사장까지 차기 대표 후보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KT는 경영 공백이 현실화됐습니다. KT 이사회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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