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KT(030200) 차기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던 후보자 윤경림 사장이 전격 사퇴했습니다. 주총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 KT의 대표 선출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습니다. 대표를 포함해 차기 경영진 구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T 노조는 대표 선임 절차만 반복하게 된 상황에서 이사회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사진들은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투명한 방향성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차기 대표 후보 재공모에 앞서 이사회 구성부터 바로잡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표 선임 안건 폐기…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KT
윤경림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주총에서 대표 선임 안건은 다뤄지지 않습니다. KT는 27일 "윤경림 후보자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했다"고 주총 소집결의 정정신고를 통해 공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건 및 윤경림 사장이 후보자 신분으로 추천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폐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31일 주총은 재무제표 승인과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정관변경 안건만 다루게 됩니다.
구현모 대표 임기도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끝이 납니다. KT는 대표 없는 경영 공백 사태를 맞게 됩니다. KT 정관 제29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직무를 수행합니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이 유고 시 사내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대표 대행 체제를 꾸리는데 이 경우 직무 대리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입니다. 다만 박종욱 사장의 경우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인물이기에 정관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법에 따르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대표이사는 새로 선임된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대표이사로서 권리 의무가 있습니다. 상법을 적용할 경우 새로운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구현모 사장이 직무대행을 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두 경우의 수 모두 대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지속된 대표 선임이 지속되면서 이어진 경영 공백이 1분기를 지나 2분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평했습니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사진=KT)
"정해진 것 없다"는 KT…이사회 구성부터 차기 대표 재공모까지 산넘어 산
지난해 12월31일 기준 KT의 연결 대상 기업은 총 85개사입니다. 국내의 거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지만, 대표 없이 대표 대행체제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차기 대표 재공모에 나설지, 기존 숏리스트 내에서 차기 대표를 선정할지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KT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서는 공정성과 지배구조개선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공개경쟁공고를 통해 후보자를 다시 선정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광화문 KT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시간입니다. 후보자 공고를 내고 선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이 필수 요소입니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공모 이전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는데, 차기 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이강철 사외이사와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중도 하차했습니다. 현재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3인은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만료됩니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과 여은정 사외이사, 표현명 사외이사가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끝나면서 1년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 오른 상태인데, 주총 통과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회사 중 하나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이들의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KT 제1노조도 "현재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책임지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하지 못하면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3인만 남게 됩니다. 추가로 사외이사 사퇴할 경우 이사회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KT는 상법상 이사회를 사외이사 3명 이상에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구성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구성이 완료된 후에야 차기 대표 공모가 가능한데, 변수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다음달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대표선임까지 끝이 나려면 5월은 훌쩍 넘겨야 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대표 선임에 이어 올해 임원인사까지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고려할 경우 3분기는 돼야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임시 주총은 최소 2번 정도 더 열려야 합니다. 이사진 선임과 대표 선임 안건을 위해 최소한으로 계산한 경우입니다. 이에 대해 KT는 "조기 경영 안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