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유치원·어린이집 폐·휴원에 학부모 '걱정'

4년 사이 유치원 459곳·어린이집 8248곳 문 닫아
학부모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아이 적응 못할까 근심"
업계 "정부,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등 공공성 강화해야"

입력 : 2023-03-27 오후 3:09:2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원아 수 감소에 의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휴원하는 유치원·어린이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유치원·어린이집을 옮기게 된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전국 유치원 9021개→8562개, 어린이집 3만9171개→3만923개
 
27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수는 2018년 9021개에서 지난해 8562개로, 같은 기간 전국 어린이집 수는 3만9171개에서 3만923개로 줄어들었습니다. 4년 사이 유치원은 459곳, 어린이집은 8248곳이 문을 닫은 것입니다. 기록에 잡히지 않는 휴원 상태의 유치원·어린이집 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더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4살 딸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작년 말에 딸이 다니던 어린이집이 폐원한다고 해서 올해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는데 아이가 이전 어린이집 친구들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왜 이전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그곳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지 설명해주기 난감했다. 딸이 지금 어린이집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6살 자녀를 키우는 B씨도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이 갑자기 휴원해서 급하게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거리가 멀어진 것도 불편하지만 어떤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지 등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우려된다"면서 "우리 애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별을 경험하는 건데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근심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폐·휴원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사진 = 뉴시스)
 
원아 수 감소로 인한 경영난에 폐·휴원 유치원·어린이집 늘어나
 
이렇게 폐·휴원하는 유치원·어린이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원아 수 자체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유치원 원아 수는 2018년 67만5998명에서 지난해 55만2812명으로 12만3186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어린이집 원아 수 역시 141만5742명에서 118만4716명으로 23만1026명 급감했습니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C씨는 "원아 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공공요금이나 인건비 등 들어가는 비용은 점차 커지니 운영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폐원을 하고 싶어도 절차상 쉽지 않아 일단 운영하고 있지만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전망 역시 좋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대가 깨진 이후로도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여 지난해의 경우 0.78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원아 수가 늘어나 유치원·어린이집의 운영이 원활해질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유치원·어린이집 폐·휴원 자연스러운 현상, 필요 지역은 공공성 강화해야"
 
업계에서는 정부가 필요한 지역에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공공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은 "출산율 저하로 원아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유치원·어린이집이 폐·휴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정부가 경영이 어려운 유치원·어린이집을 지원해 억지로 유지하는 정책보다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그는 이어 "산간 지역이나 농·어촌 등 꼭 필요한 지역에 유치원·어린이집이 없는 경우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폐·휴원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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