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모순'…모법 충돌 시행령 고집

"시행령 왜 되돌리라는 지 이해할 수 없어"

입력 : 2023-03-27 오후 4:50:06
 
 
[뉴스토마토 윤민영·김하늬 기자]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조정)'법안의 효력이 인정되면서 한동훈 장관이 '완패' 했지만, 작년 '검수완박'에 대응해 시행령으로 수사권을 되살려 놓은 '검수원복'을 통해 계속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민을 범죄로보터 보호하기 위해 시행령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검찰 수사권 보장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검수원복과 관련해 탄핵을 논의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법무부 장관이 꼭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며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헌재로부터 검수완박 재판단 받을 것"
 
그는 "이번 헌재 결정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폐지 같은 법의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을 하지 않고 회피했다"며 "민주당이 저에 대한 탄핵을 진행하게 된다면 이 법(검수완박)이 얼마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법인지 실질적인 판단을 헌재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장관은 헌재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를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한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자금 사건에서 노골적으로 대법원 판결 결과에 불복하고 그 결과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면서 뒤집어보려고 하는 분들이 할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맞섰습니다.
 
 
'검수완박'은 유효…이제는 '검수원복' 갈등
 
한 장관은 민주당이 시행령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되살린 것을 원래대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시행령 개정 이후에 깡패·마약·무고·위증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개선되고 있지 않냐"며 "법안은 무효 아니라 판단했으니 시행령 돌리라는 논리 이해할 수 없으며 왜 없애야 하고 왜 국민을 범죄에 노출시켜야 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작년 8월 국회는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을 개정했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입니다.
 
이에 법무부는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의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히며 맞섰습니다. 사법 질서 저해 범죄 등을 검찰청법상 '중요 범죄'로 묶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부패범죄에는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선거범죄에 금권선거, 기부행위 등을 포함했습니다. 방위사업범죄, 마약·조직범죄는 경제범죄로 재분류해 검찰 수사 개시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결국 지난 23일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토대로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폐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 장관은 "절차는 위법이지만 입법은 유효하다는 이상한 결론"이라고 맞서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시행령 개정, 국회로 공 넘어가면 여야 대치
 
시행령을 되돌리는 것을 두고 법무부와 민주당의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청법 시행령을 국회가 강제로 수정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므로 민주당 의원들의 시행령 개정 추진이 쉬울 리가 없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을 인정한 헌재의 결정이 정치 상황에 좌우되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법무부가 앞으로도 검찰 수사권 보장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돌파구로 삼는다면 여야 간 공방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의 근간이 바뀌는 이번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에 대한 국회의 법률안 개정 의결은 형식 뿐 아니라 실질에 있어서도 절차적 완결성이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형식적 사보임을 통해서라도 과반수 넘는 다수당은 언제든 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나쁜 교훈을 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지금은 검수완박을 입법한 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헌재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 정부는 법무부령이나 대통령령을 고쳐 입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의 수사 범위를 어떻게 할 지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김하늬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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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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