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암묵적 관행이었던 ‘뻥튀기 청약’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IPO 시장 공모규모 1위를 기록한 KB증권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KB증권이 주관했던 일부 공모주에서 수요예측 과정 공모가 담합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뻥튀기 청약’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KB증권에 주홍글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관련 정황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KB증권이 향후 주관하는 IPO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뻥튀기 청약' 제한…소급적용 여부에 '주목'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내놓은 ‘IPO 건전성 제고 방안’ 관련 후속 제도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금감원과 금융위는 당시 발표된 대책의 핵심은 IPO 주관사가 주금 납입 능력 확인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해 기관 투자자들의 허수성 청약을 차단하는 겁니다.
앞서 IPO를 진행했던 주관사들의 허수성 청약 소급적용 여부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하반기 IPO 최대어였던
더블유씨피(393890)와 관련해 당시 주관사였던 KB증권이 공모가 담합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섭니다. 주관사인 KB증권이 기관투자자들에게 허수성 청약을 사실상 권유했단 것인데요. 일각에선 IPO 제도 개선 이전인 4월부터 관련 증권사에 대한 검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KB증권은 IPO 관련 금감원의 검사 계획 등에 대해 현재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했습니다. KB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가 만약 이뤄진다면 계획 등이 나와봐야 대응 방향을 알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아직까진 금감원에서 IPO 관련 검사 등의 계획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IPO 허수성 청약 관련 잡음이 지속되고 있지만, IPO 제도의 소급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수성 청약이 사실상 암묵적인 관행이었던 만큼 이를 소급 적용하기 위해선 사실상 운용업계와 증권사들을 전수조사해야 하기 때문이죠.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소급적용을 한 사례는 제한적”이라며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는 이상 제도개선 이전에 대한 부분까지 소급 적용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규 개정뿐만 아니라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정 개정도 필요하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WCP 공모가 담합 유도 논란…당국은 '묵묵부답'
KB증권은 지난해 IPO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주관한 이후 하반기 최대어였던 WCP까지 IPO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수요 예측 과정에서 불공정 영업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은 수요 예측 제도에서 발생하는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책임 소재에 대해선 떠넘기는 모습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의 시장 수요를 검토하는 수요예측제도는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제 사항이라며 관련 사항의 언급을 피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IPO주관사의 잘못이 있는 경우 자본시장법이나 하위 법규에 대한 부분은 공적영역으로써 금감원에서 제재할 사항”이라면서도 “수요예측과 관련된 부분은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위반한 경우이기 때문에 협회에 자율규제 권한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건전 행위에 대해서 규제하지만, 직접적인 법령상 규정이 없어서 협회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겁니다. 수요예측은 주관회사(증권사)가 공모주의 적정시장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을 하는데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60~80%의 공모주를 배정받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죠. 이에 대한 규제 또한 금융투자협회가 진행합니다.
다만 금융투자협회가 공모가 담합 의혹해 대한 철저한 검증과 제재를 가할지는 의문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등 협회 회원사를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협회는 수요예측 등에서 투자자가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라는 페널티를 부여하지만, 발행사와 주관사를 징계하는 조항은 따로 없습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모가 담합 유도는 가격 발견 기능 자체를 저해하는 부분이라 불건전한 행위로 보인다”라면서도 “이런 구체적인 행위 유형을 규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불건전 영업 행위에 따라 협회 차원의 규제는 가능하나 일반적인 유형의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규정에 정확히 나와있지 않다”며 “실제 제재가 이뤄질지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반기 IPO 제도개선…증권사·운용사 우려에 '난항'
금융당국은 IPO 시장 허수청약을 막기 위해 ‘IPO 건전성 제고 방안’ 관련 후속 제도개선을 추진 중인데요. 아직 가이드라인도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증권사와 운용사 모두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증권사들은 기관들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도개선의 핵심은 주관사가 허수 청약을 하는 기관의 주금납입능력을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능력에 따라 수요예측 참여 기관에 배정할 물량을 정하는 겁니다. 주관사의 관리가 부실할 경우를 대비해 처벌 수위도 높일 예정이죠. 결과적으로 주관사 자체적인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허수성 청약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해결 방법이 주관사에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라며 “수요예측에 수많은 기관이 참여하는데 이들의 주금납입능력을 일일이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운용사들은 제도개선이 대형사 위주의 공모주 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7월부터 제도개선을 적용한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대형사 위주로만 배정되는 방향이 될 수 있다”면서 “자기자본이 높은 몇몇 공모운용사들에만 배정이 되면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고, 상장 이후 한곳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내기도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이드라인이 나와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내용을 봤을 때는 부작용이 매우 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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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