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경쟁이 국내 배터리 3사 전략도 바꿔놨습니다.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가 활개를 치자 국내 3사도 직접 개발에 나선 것입니다. 국내 3사는 기존 고급형 배터리 기술을 접목해 저가형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대형 전기트럭에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간 중국 CATL과 BYD가 테슬라에 LFP 배터리를 제공해왔습니다. 전기차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원가 비중이 큰 배터리 가격 인하도 주도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소형차 모델3와 스포츠타입 다목적차(SUV) 모델Y에도 LFP를 도입할 방침입니다.
지난 7일 정부 산업 전략 회의에 참석한 배터리 부품 제조사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LFP 채택에 따른 중국향 쏠림은 테슬라에게도 부담입니다. 미중 갈등으로 수급 불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 함께 LFP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테슬라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포드가 세계 배터리 1위 CATL의 LFP 기술을 채택한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중국산 배터리의 세계 진출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국산 배터리는 미중 갈등 요인과 공급망 다각화를 원하는 고객사의 심리를 겨냥합니다.
국내 3사는 LFP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높다는 삼원계(NCM) 배터리를 고집해왔습니다. NCM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LFP보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LFP에 비해 높은 가격이 약점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LFP의 고도화된 기술 단계에도 진입해 있습니다. LFP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망간을 첨가한 LMFP 등이 그것입니다. 더불어 중국은 NCM 배터리 연구에도 가세해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국산 배터리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SK온은 LFP 시제품에 대해 "저온 시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LFP를 보완했다"며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에서 축적한 소재 및 전극 기술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도 LFP 배터리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향후 5년간 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및 소재 기업 모두 LFP 개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중국산 배터리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자국 수요를 넘어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자국 공급망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미국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 배터리업체는 “LFP 개발은 고객사의 수요에 따른 것”이라며 “기존 고객사와 구축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LFP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한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3사는 최근 LFP 개발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SK온은 지난달 인터배터리에서 LFP 시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경영자(CEO)가 개발 여부를 확인시켜 줬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쯤 양산한다는 일정도 내놨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