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일몰 도래를 앞두고 있던 KB국민은행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습니다. 2019년 4월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적용받아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서비스가 이제는 기한 제약 없이 제공 가능하게 됐습니다. 금융위가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해달라는 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향후 금융권의 통신서비스 진출이 늘어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습니다. 이는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의 독점 구조였던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의 문호가 개방된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기대반 우려반 알뜰폰 시장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물꼬를 트면서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다른 은행들은 금융위의 별도 허가 절차 없이도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현재 신한은행은 KT, 하나은행은 SK텔링크와 알뜰폰 판매 등에 관련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장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이 본격화되지 않더라도 통신3사 위주의 시장이 개방된다는 점, 새로운 사업자들이 통신3사 만큼의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은 시장 확대를 기대하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알뜰폰 판매점 안내문. (사진=뉴스토마토)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리브엠이 출시된 이후 젊은층에서 알뜰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금융권 진출이 늘어날수록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질 수 있고, 이는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2의 리브엠들이 나와 알뜰폰 시장 자체 확대가 시장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으로, 필요하다면 시중은행들과 같은 신규 대기업들의 사업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2월말 기준 SK텔레콤 39.3%, KT 22.2%, LG유플러스 20.7%의 점유율 구도 속에 알뜰폰 점유율은 17.1%를 기록했습니다.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통신정책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통신시장 경쟁활성화와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내 통신시장을 독차지해왔던 통신3사나 통신유통업계를 중심으로는 통신3사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내고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마다 입장이 제각각이기는 하나, 은행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늘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케팅 경쟁력이 낮은 중소알뜰폰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중소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손해를 내면서도 가입자를 늘려왔다"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밑지고 요금제를 팔 수도 없는 노릇인데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경쟁 등 과도한 경쟁에 대해서는 사전에 제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권도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 수준의 규제 필요" 목소리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사진=뉴시스)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통신3사 자회사 알뜰폰 업체가 시장에 들어올 때 시장 지배력과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을 고려해 부과된 조건처럼,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에도 조건 부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소 알뜰폰사들이 줄곧 요구한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 금지, 시장 점유율 제한 등 통신3사 자회사 수준의 규제가 이번 금융위 심사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성명서를 통해 리브엠을 이동통신 유통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배스로 지칭했습니다. 아울러 강력한 규제와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KMDA는 "리브엠의 덤핑판매는 영세 알뜰폰 사업자뿐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전한 유통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KMDA는 "건전성 훼손,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시장운영모니터링을 민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관리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매대가 이하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