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 커져…반도체 회복이 '관건'

기재부·KDI "반도체 하락이 경기 부진의 주요인"
"과거 위기 시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
"재고 많고 수요 약해 공급 조절 효과 크지 않아"

입력 : 2023-04-16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리나라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이 이전 수준을 회복해야하나 더딘 수요 회복과 그동안 쌓인 재고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7일 연구기관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0%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액 감소율 12.6%에 7.9%포인트만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더 이상 바닥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작을 것 같다. 수출을 보면 1월과 2월보다는 3월이 좋아졌다. 3월에도 30% 이상 감소했지만, 80억달러는 넘겼다. 전달에 60억달러였기 때문에 이보다는 개선된 것"이라면서도 "다만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 과장도 지난 14일 '최근 경제동향'에 관한 브리핑을 통해 "전반적으로 제조업, IT, 반도체 등 특정 부문에 상당 부분 집중된 경기 둔화로 보고 있다"며 "결국은 반도체가 현재로서는 수출,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에서는 "2022년 기준 전체 수출액 중 18.9%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는 과거 위기 시의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월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1.8% 줄면서 IT 버블 붕괴 당시였던 2001년 7월의 42.3%,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47.2%와 비슷한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재고지수에서 출하지수를 나눈 재고율은 254.2를 기록해 2001년 7월의 247.6, 2008년 12월의 204.6 수준을 상회했습니다. 
 
1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 경기 상황의 하락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모습. (사진=뉴시스)
 
악화한 반도체 시장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주요 품목의 현물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등 긍정적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수요와 최고 수준의 재고량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 시장 변수가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김양팽 연구원은 "공급 쪽에서 어느 정도 조정이 된다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다만 현재 재고가 여전히 많은 상태이고 수요가 아직 살아날 기미가 없어서 크게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재고 물량이 20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 평소 소화 추세를 고려하면 서너 달은 돼야 하고 수요 기업도 재고 많은 편"이라며 "일단 재고가 소진돼야 구매를 확대하는데, 지금 환경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삼성전자가 기존의 임의적 감산, 기술적 감산이란 형태로 해왔던 것에 비해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니 현물 가격이 반등했는데, 현물 가격이 반등하면 고정 거래 가격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수요가 불투명하고 약한 편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반등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올해는 어렵더라도 메모리 반도체가 사이클 산업이다 보니 내년에는 업황의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산업계에서는 미 반도체법, 미국이 추진하는 한국, 미국, 대만, 일본 등 4개국의 공급망인 '칩4 동맹'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발효되고 보조금 신청 요건이 발표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도체법은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국가 안보 기여도,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타당성, 인력 개발, 기타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 분야에 132억달러(약 17조원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경연 측은 "해당 내용에는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 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 4대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한 상태입니다.
 
1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 경기 상황의 하락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김지영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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